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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앞둔 한진해운 모항…북적이던 선박 대신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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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앞둔 한진해운 모항…북적이던 선박 대신 '한숨'

월 130여척 드나들던 선박 끊겨 선석·장치장 한산

협력업체들 직격탄 맞아 직원 대부분 실직…"한진해운 대체할 국적선사 키워야"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최대 국적선사였던 한진해운에 대한 법원이 파산 선고가 17일 내려질 예정이다.

세계 6, 7위를 다투며 아시아~미주 항로의 강자로 군림했던 대형 원양선사가 40여 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영원히 사라진다.

한진해운이 모항으로 사용했던 부산신항 한진해운 신항터미널(HJNC).

16일 오후 둘러본 이 터미널의 모습은 을씨년스러울 만큼 한산했다.




매일 4~5척씩 접안한 한진해운 선박에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기 위해 각종 하역장비와 트레일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던 모습은 사라지고 장치장에 보관된 컨테이너도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이 터미널 운영사인 HJNC 박삼묵 부장은 "예전에는 한진해운 선박이 한달에 130~140척 기항했지만 법정관리가 시작돼 목적지로 가지 못한 배들에 실린 화물을 모두 내린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에는 일부 소형 피더선 외에는 기항 선박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예정된 하역 물량은 20피트 컨테이너 2천개에 불과하고 몇백개에 그치는 날도 자주 있다고 박 부장은 전했다.




한진해운 사태 이전에 비하면 물량이 3분 1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이 때문에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던 장치장도 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최소 5단, 최대 7단까지 쌓던 컨테이너를 지금은 2~3단으로 쌓아둔 곳이 많고 아예 빈 채로 있는 공간도 눈에 띄었다.

현재 컨테이너 장치율은 30%에 불과하다.

인접한 2부두(PNC)의 6개 선석 대부분에 크고작은 선박들이 접안했고 컨테이너를 6~7단으로 쌓아둔 것과는 확연하게 대조를 이뤘다.




3부두 장치장 가장 안쪽에는 한진해운이 사용하던 빈 컨테이너 3천여개가 쌓여 있었다.

지난해 9월 1일 법정관리 개시 이후 목적지로 가지 못한 선박 60여척이 싣고 있던 컨테이너들을 일시에 내려놓아 최대 3만4천여개까지 쌓이기도 했으나 그동안 대부분 반출됐다.

현재 남은 컨테이너 가운데 절반 정도는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을 인수한 새 국적선사 SM상선이 인수하기로 했고 나머지는 매각을 기다리는 상태이다.

주인을 잃은 채 장치장 구석에 쌓인 빈 컨테이너들은 한진해운의 현 주소를 그대로 대변하는 듯했다.

한진해운이 사라지고 배들의 기항이 끊기다시피 하면서 이 부두에서 일하던 협력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터미널 운영사는 한주에 평균 5억~6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밀린 하역료 270여억원도 받지 못했다. 회수 가능성이 없어 지난해 결손 처리했다.

이 터미널은 오는 4월부터 머스크와 MSC가 손잡은 해운동맹 2M의 물량을 처리하기로 계약해 조금은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 전까지는 적자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는 데다 새로 유치한 2M에서 받기로 한 하역료가 한진해운보다 낮아 경영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우려한다.

컨테이너 수리·세척, 줄잡이, 검수검증, 청수(식수로 쓰는 깨끗한 물)공급, 화물고박 등 영세협력업체들은 그야말로 된서리를 맞아 고사위기에 처했다.

대부분의 선사는 컨테이너수리 등 서비스를 부두 운영사에 의존하지 않고 개별업체와 직접 계약해 일을 맡긴다.

한진해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한진해운 선박들의 운항이 완전히 멈추면서 협력업체들도 일시에 일감을 몽땅 잃어 직원들을 대부분 내보냈다.

이 터미널 내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던 야드 트랙터 운영업체 2곳도 계약해지돼 110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화물고박에 투입되던 부산항운노조 소속 근로자들은 일감이 없어 신항 내 다른 부두의 일손이 달릴 때 부분적으로 거들어 주는 '더부살이 작업'밖에 못해 수입이 크게 줄었다.

2M이 4월부터 이 터미널에서 하역하더라도 자신들과 계약된 다른 서비스 업체들을 데리고 올 것으로 보여 한진해운과 거래하던 기존 협력업체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파산의 여파는 오랫동안 부산항을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꿰찬 외국선사들의 입김이 강해져 하역료 압박이 심해지면서 항만의 실속이 떨어지고, 이는 연쇄적으로 관련 산업의 매출감소와 일자리 축소 등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박 부장은 "한진해운을 대신해 우리나라 해운과 부산항을 지탱해 줄 수 있는 강력한 국적선사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lyh950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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