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인구 25만명…'빨대효과'에 충청 지자체 '전전긍긍'
세종시 순이동 60%가 대전·충남북 주민…"균형발전하려면 행정수도 역할 해야"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세종시를 인구 70만명의 도시로 키운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충북은 인구를 다 빼앗겨 90만명만 남을 지도 모릅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14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SCC)에서 열린 '국가 균형발전 선언 13주년 기념행사'에서 이렇게 말하며 충북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 지사는 "세종시 발전은 축하할만한 일이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수도권 자원을 끌어들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세종시가 인근 대전·충북·충남 인구를 흡수한다면 충청권에서 불균형 발전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택 대전시장도 "세종시로 유입되는 인구의 3분의 1이 대전시민"이라며 "세종시에 수도권 인구가 아닌 충청권 인구가 몰림으로써 균형발전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광역단체장이 세종시 발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뼈 있는 농담'을 던진 것은 날로 성장해가는 세종시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종시에 따르면 오는 20일 전후로 세종시 인구가 25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추세라면 2019년께 선거구 분구와 행정 분구의 기준이 되는 '3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시는 전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지역 인구는 24만6천792명으로 전년에 비해 15.1% 증가했다.
지역 인구 성장률은 세종시로의 공공기관 3단계 이전이 완료된 2014년 전년보다 27.8%나 급증한 것이다. 2015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35.1%, 15.1% 증가했다.
파죽지세의 성장 속도는 인근 대전·충남·충북 인구를 흡수하는 '빨대 효과'에 기인한 바가 크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특성상 전체 시민의 60% 가량이 전입 인구로 구성돼 있다. 원주민은 40%에 그친다.
시가 전국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한 2012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4년 6개월간 세종시 순이동(전입자-전출자) 인구 14만2천505명 가운데 대전·충남·충북 인구가 59.7%(6만6천614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서울 등 수도권 인구는 30.2%(3만5천433명)에 그쳤다.
출범 초기인 2013년의 순이동자 수 비율은 수도권이 50.7%로 가장 많았지만 2014년 충청권이 57.3%로 수도권(33.9%)을 처음 앞지른 뒤 계속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정부부처 4단계 이전이 끝나 대부분의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된 만큼, 세종시로 이전하는 중앙부처 공무원은 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세종시와 인접한 지역의 공공기관 이전은 가속화되고 있다.
대전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본부, 국민연금공단 대전본부, 한국전력공사 중부건설본부 등이 내년부터 차례로 세종시로 이전한다.
세종시에는 지난달 국민안전처와 국토연구원 입주를 끝으로 2012년부터 시작된 중앙행정기관과 정부출연연구원 이전이 사실상 완료됐다.
수도권의 기능을 나누는 것이 아닌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인구·행정기관 유입은 세종시의 도시 가치인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근 유력 대선 후보들이 국회 분원과 미래창조과학부 및 행정자치부 등 중앙해정기관을 추가 이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금의 행정중심도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수현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남아 있는 한 세종시는 미완의 행정도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지방분권 개헌의 핵심 내용에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을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족한 문화시설과 교육 환경을 개선해 도시 자족기능을 갖추는 한편, 국회와 청와대까지 옮김으로써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선정호 시 정보화담당관은 "국회처럼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논의하는 기관이 옮겨와야 그에 따른 부설 기관들이 잇따라 이전해 세종시가 행정수도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 담당관은 이어 "지금까지는 충청권 인구가 세종시로 몰리는 측면이 있지만, 도시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전체 파이가 커지면서 대전·충남 공주·천안, 청주가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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