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장애 예측법 개발…24개월 이하도 가능
미국·캐나다 등 국제공동연구진 '네이처'에 발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생후 24개월 이하 영아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ASD) 발생을 예측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영아의 행동이나 의사소통 정도를 기반으로 진단하기 때문에 24개월 이상에서만 가능했는데, 이보다 일찍 알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미국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대, 워싱턴대, 캐나다 맥길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24개월 이하 영아들의 뇌를 관찰한 결과 자폐스펙트럼장애 증상을 보이는 영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16일 자에 발표했다.
전세계 어린이 2% 안팎이 자폐스펙트럼장애 증상을 보인다고 보고됐다. 이 장애는 가족력의 영향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으며 다만 교육과 훈련 등으로 정서적·인지적 기능을 다소 높일 수 있다.
연구진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가족력 있는 '고위험군' 영아 106명과 가족력이 없는 '저위험군' 영아 4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생후 6∼24개월 동안 이들의 뇌를 MRI로 찍고 분석했더니 실제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진단받은 영아들의 경우 출생 후 6∼12개월에 유독 뇌 피질의 표면이 급격하게 팽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증가한 뇌 표면은 다음 해에도 뇌의 성장률을 증가시킨다.
연구진은 딥러닝(deep learning) 기법을 이용해 MRI 영상을 바탕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 발생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딥러닝은 수많은 데이터 가운데 패턴을 찾아내 인지하고 추론·판단할 수 있는 인공신경망 기술로,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뒀던 알파고(AlphaGo)가 이를 이용해 바둑을 익힌 것으로 유명하다.
연구진이 개발한 진단 알고리즘의 정확도는 약 81%였다.
천근아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24개월 이하의 영아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이가 있다"라며 "만일 조기에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신호를 파악할 수 있다면 더 빨리 조치할 수 있어, 증상의 심각도를 완화하고 예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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