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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입국, 농장주 해외여행…"구제역 관리 철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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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입국, 농장주 해외여행…"구제역 관리 철저해야"

축산농가서 6천800명 일해…대부부분이 동남아人

농장주 해외여행 신중해야…구제역 바이러스 옮겨올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최근 들어 국내에서 구제역이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면서 그 원인과 구체적인 바이러스 전파 경로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정확한 전파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볼 때 최근 전국 축산농가에 급속히 증가한 동남아 외국인 근로자들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장주들은 해외 여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국에서 바이러스를 옮겨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4일 고용노동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6년 말 현재 전국의 축산농가에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 수는 6천800명에 달한다.

네팔 출신이 3천239명으로 가장 많고 캄보디아 1천590명, 베트남 791명, 태국 551명, 미얀마 365명, 중국 47명 등이다.

대부분 동남아 국가 출신이다.

축산농가에서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는 것은 일이 힘들어 내국인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고, 동남아 출신 근로자들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한국과 모국을 오가면서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의 매개체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인간의 코점막에 달라붙을 경우 24~48시간 가량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옷이나 신발 등에 바이러스가 묻었을 경우에는 생존 가능 기간이 1~2개월로 훨씬 길다.

캄보디아나 베트남, 태국 등은 비행기로 4~6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여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국 방문 후 국내로 돌아올 경우 바이러스를 묻혀와 자신이 일하는 농가에 전파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농장주 등이 구제역 발생국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올 경우에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O형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 젖소농장의 경우 부자(父子)가 농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아버지 A씨는 지난해 10월과 12월 러시아와 중국을, 그 아들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을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다녀온 국가가 구제역 발생국이긴 하지만 해외여행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됐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은 농장에서만 발생하고 다른 역학 관계가 없다면 해외여행을 통해 유입됐다고 추정할 수도 있겠지만, 보은과 지리적으로 먼 전북 정읍에서도 의심 신고가 들어온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보은 젖소농가에서 발생한 O형 구제역의 경우 1997년 처음 발생한 '중동-남아시아(ME-SA)형 인도 2001(Ind-2001)' 유형으로 나타났는데, 이 유형은 2015년 방글라데시의 돼지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 99.37%의 상동성을 나타냈다고 검역 당국은 설명했다.

또 이런 유형의 바이러스가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태국,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중동, 러시아에서도 확인된 바 있어 검역 당국은 정확한 분석을 위해 영국에 있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에 검사 의뢰를 한 상태다.

이번에 3건의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 읍내에만 160여명의 베트남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기도 연천에서 발생한 A형 구제역 바이러스는 유전자 계통이 '아시아(ASIA) 동남아시아(SEA) 97' 타입이며, 지난해 베트남의 소·돼지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99.8%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미얀마(소)에서 검출된 A형 바이러스와는 99.7%, 앞서 2013년 중국 광둥성(돼지) 바이러스와는 99.5%의 상동성을 보였다.

어떤 경로로든 이들 국가를 통해 국내에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정확한 규모나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불법 체류 근로자의 경우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서울대 수의대 채찬희 교수는 "현재 우리 축산농가는 동남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지탱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물적·인적교류가 흔해진 상황에서는 구제역이 연례행사처럼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구제역 바이러스 역학조사를 해보면 매년 바이러스 유형이 다른데, 이는 바이러스가 국내에 오래 있던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새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채 교수는 구제역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상황을 막으려면 철저한 백신 접종뿐 아니라 해외처럼 통제가 잘 되는 축산지대를 만들어 드나드는 사람을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assi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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