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대선 투표현장서 하원의장 '트럼프 경계' 연설에 갈채(종합)
예상보다 적은 득표 당선…'메르켈에 실망' 이탈 진단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대통령선거 현장에서 12일(현지시간) 연방하원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경계의 메시지를 내놓자 선거인단들의 갈채가 쏟아졌다.
국가 의전서열 넘버2이자 중도우파 기독민주당 소속인 노르베르트 람메르트 하원의장은 투표 전 연설에서 "세계를 향한 개방 대신 고립을 촉구하고 스스로 담을 쌓으려 하며 '우리가 우선이다'라는 프로그램을 말하는 사람은 다른 이들도 자신과 똑같이 행동한다면 놀라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를 겨냥한 것으로 읽히는 이 언급이 나오자 참석한 선거인단 1천239명 중 상당수는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n-tv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날 베를린 연방하원 대선 투표 현장에는 예정된 선거인단 1천260명 중 일부가 불참했지만, 대연정 집권다수 기민당 당수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주요 정치인이 모두 자리했다.
선거인단 가운데는 진보 색채의 녹색당 몫으로 뽑힌 요아힘 뢰브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같은 저명인사들도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슈타인마이어 당선인의 득표 수준은 투표 전에 예측된 것만큼 나오지 않았다.
애초 선거인단 분포는 집권다수 기민당-기독사회당 연합 539명, 소수당 파트너 사민당 384명, 녹색당 147명, 좌파당 95명, 자유민주당 36명, 독일을 위한 대안(대안당) 35명, 해적당 11명, 자유유권자그룹 10명, 기타 3명이었다.
이에 따라 슈타인마이어가 대연정 3당의 단일후보인 데다 자민당의 지지 선언까지 등에 업고 녹색당으로부터도 상당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1천 표 넘는 득표수가 전망됐다.
슈타인마이어는 하지만 931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일간지 타게스슈피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03명이 기권하고, 14표가 무효로 처리됐다. dpa 통신은 이 투표 결과를 기민-기사 연합의 실망감과 연결지었다.
메르켈 총리는 사실, 사민당 소속의 슈타인마이어 전 외교부 장관을 단일후보로 내세우는 것을 막판까지 주저했다. 기민당이나 기사당 등 자파 그룹이나 차기 연정 구성을 위한 예비 우호 세력인 녹색당에서 후보를 찾아내려고 끝까지 애썼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러나 이날 기자들에게 "슈타인마이어는 대중적 친화력을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그가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슈타인마이어 당선인 자신은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격동의 시기를 살고 있고 사람들은 뭔가 불확실하다고 느낀다"고 진단한 뒤 "그러나 독일인들은 독일이 이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닻이 된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dpa 통신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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