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까지 번진 구제역 바이러스…충북 보은 통제불능 되나
구제역 발생주기 4→2→1일 짧아지고 거리 멀어져…방역대 붕괴 가능성
보은 최대 축산단지서 계속 발생, 기반 붕괴 우려…3∼4일이 최대고비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보은서 발생한 구제역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불과 1주일 만에 주변 농장 3곳에서 4건의 확진 판정이 날 정도로 빠르게 확산돼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당국은 추가 발생 농장 3곳이 모두 방역대(최초 발생지 반경 3㎞) 안에 들어있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12일 이 지역 4번째(전국 6번째) 확진 판정이 난 곳은 최초 발생지에서 2.4㎞ 떨어져 있어 방역대 경계 수준에 달한다는 점에서 자칫 구제역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은군은 이날 탄부면 상장리의 한우농장에서 소 3마리가 수포가 생기고 침을 흘리는 증세를 보인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에 나서 구제역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했다.
의심 소 3마리는 즉시 살처분됐다. 군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소가 또 있는지 임상관찰을 강화한 상태다.
지난 5일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나흘 뒤 탄부면 구암리 한우농장으로 퍼졌다.
두 농장에서 한우와 젖소 569마리가 살처분됐고, 항체 형성률이 낮게 나온 인접농장의 소 182마리도 예방적 차원에서 매몰됐다.
당국이 구제역 판정을 받지 않은 소까지 매몰하는 초강력 대응에 나선 것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붙일 틈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고삐 풀린 바이러스는 이틀 뒤 마로면 송현리를 거쳐 이튿날 탄부면 상장리 한우농장으로 확산됐다. 매몰된 소도 763마리로 늘었다.
문제는 구제역의 발생 빈도가 늘고, 공간도 차츰 넓어진다는 점이다.
4건의 구제역은 4일→2일→1일 간격으로 발생했다. 또 첫 발생지에서 1.5㎞→460m→2.4㎞로 서서히 공간을 넓히는 중이다.
이를 두고 방역대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보은군은 지난 1주일간 구제역 바이러스를 방역대 안에 묶어놓는 데 사활을 걸었다.
구제역 발생지가 소 9천100여마리와 돼지 3천400여마리를 사육하는 이 지역 최대 축산 밀집지역이기 때문이다. 200마리 넘는 한우나 젖소를 기르는 대규모 농장도 10여 곳이나 된다.
자칫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이 지역 축산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구제역 발생 직후 군은 반경 3㎞의 우제류(발굽이 두쪽인 동물) 이동을 금지시키고, 보은가축시장을 폐쇄됐다.
발생지를 중심으로 각각 3곳의 거점소독소와 통제초소도 운영하고, 군부대 제독차량까지 지원받아 바이러스 박멸에 나서고 있다. 관내 모든 우제류에 대해서는 매일 2차례씩 임상관찰도 한다.
군은 구제역 확산세에 긴장하면서도,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이중삼중으로 가동되고 있어 바이러스가 무한정 퍼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바이러스 잠복기가 1∼2주일인 점을 감안할 때 지금 발생하는 구제역은 농장간 수평 감염보다는 이미 퍼져 있던 바이러스에 의한 발병으로 봐야 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급격한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지난 6∼8일 관내 모든 구제류가 백신을 추가 접종한 만큼 앞으로 3∼4일만 더 버티면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게 될것"이라고 덧붙였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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