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무리한 대선 공약에 재계 우려 고조
(서울=연합뉴스) 조기 대선 국면에서 표출된 비현실적 공약과 반 기업 정서에 재계가 불만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기업을 과도하게 옥죄는 정책들이 폭주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9일 개막한 '최고경영자 연찬회' 개회사에서 청년실업 해법으로 제시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와 창업 장려 공약에 대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일축하며 쏜소리를 했다. 박 회장은 "돈을 벌어서 세금 내는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데, 세금을 써가며 만든 일자리가 얼마나 지탱할 수 있겠는가"라며 "각종 규제로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막아놓고, 정치권은 막대한 돈을 들여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대안이라고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현재 위기의 본질은 총체적인 공급과잉과 과당경쟁"이라면서 "기업들이 리스크를 감당하고 돈을 벌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야 투자가 일어나고, 또 몇 년이 지나야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인호 무역협회장은 "모든 경제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은 기업에 있다"면서 "정치인들이 기회비용이라는 최소한의 경제개념을 갖고 있다면 반 시장적 법률, 기업을 괴롭히는 법률, 국민을 가난하게 만드는 법률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아무리 때려도 재벌은 사는 줄 아는데 그렇게 때리면 죽는다"면서 "공정한 경쟁 질서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 경쟁력을 꺾으면서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튿날 강연에서 "나라의 안위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데 지금은 국민이 정치를 더 걱정하고 있다"면서 "국회에 상정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 헤지펀드들에 의한 국부 유출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9일 여야 정당들에 보낸 의견서에서 "상법 개정안은 시장경제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다수의 조항들을 담고 있다"면서 "이대로 입법되면 세계에서 기업하기 가장 힘든 나라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예컨대 감사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조항은 투기 펀드에 악용될 수 있고, 자사주 처분 규제를 부활한 부분은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상의는 지적했다.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드러났듯이 '재벌'로 통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 대선 국면에서 재벌개혁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소추가 맞물려 돌아가는 혼란 속에서 기업들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분위기가 고조된 측면도 없지 않다. 게다가 우리 앞의 국내외 경제 현실은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불확실하다. 재계의 불만과 우려가 흔한 엄살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이다. 특히 설익은 대선 공약은 과거의 여러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국가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에 큰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금부터라도 경제 분야 공약들을 꼼꼼히 다시 들여다보고 현실성을 갖춘 진전된 내용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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