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에 관심 보이는 트럼프 정부…예멘 내전 개입하나
WSJ "사우디 등 걸프국가들 미국 개입 기대"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예멘 내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새 관심 사안으로 떠오르면서 미국의 개입을 고대해온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아랍국들이 반색하고 있다.
사우디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은 이란의 팽창을 막기 위해 막대한 전비와 병력을 쏟아부은 예멘이 트럼프 정부의 첫 번째 전쟁터가 되길 바라는 눈치다.
GCC 국가들은 2015년 친 이란 시아파 반군 후티에 축출된 예멘의 아베드 라보 만수르 대통령 정부를 복원하기 위해 같은 해 3월 내전에 개입했다. 수도 사나를 비롯해 예멘 국토의 상당 부분이 후티 수중에 들어갔다. 반면 사우디 주도 아랍 동맹국들의 공습은 국가 기간 시설을 파괴하고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내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정부와 유럽 국가들은 사우디 주도 아랍 동맹국들에 정보와 무기 등을 지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후티 반군을 합법 정파로 간주,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모색했다.
그러나 트럼프 새 정부는 출범 후 지금까지 전임 정부에 비해 훨씬 강경한 노선을 걷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마이클 플린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주 후티 반군을 이란의 "대리 테러단체들"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후티는 미국 정부의 테러단체 명단에 올라 있지 않다.
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후티 반군이 홍해 상에서 사우디 프리깃함에 포격을 가한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 함정에 대한 이란의 적대 행위"로 표현했다가 기자들의 지적을 받고 미국이 아닌 사우디 함정으로 정정했다.
미국은 구축함 콜호(號)를 예멘 근해에 배치해 놓고 있다.
WSJ는 미군 함정의 주 임무가 이란의 영향력 억제에 있는지, 알카에다에 대한 미군의 작전을 지원하는 데 있는지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군 정예 특수부대 네이비실은 지난달 말 아랍에미리트(UAE) 특수부대와 함께 예멘의 알카에다 기지를 기습 공격했다. 미군은 다수의 알카에다 대원들을 제거했지만,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미군도 한 명이 전사해 작전 실효성 논란이 미국 내에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어떤 경우든 미국이 예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변 걸프 아랍국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UAE 아부다비 소재 싱크탱크인 에미리트정책센터의 에브테삼 알케트비 소장은 WSJ에 "예멘은 긴 해안선을 갖고 있는 나라이며, 우리는 미국이 군함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예멘 국경을 지켜주고 후티에 대한 이란의 무기 공급을 차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바마 전 정부는 이란과 핵 합의에만 매달렸지만, 트럼프 정부는 GCC에 더 적극적인 협력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WSJ는 트럼프 정부가 이란의 역내 영향력 억제에 나선다면 오바마 정부에서 맺은 핵 합의를 폐기하는 것보다 예멘 사태부터 개입하는 것이 덜 위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에 무력시위를 하고 싶다면 러시아에도 전략적 이해가 크지 않은 예멘에 개입하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사우디 정부는 미군이 지상전에 가세하길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이란의 미사일 등 무기와 탄약이 해상이나 오만 국경을 통해 후티 반군에게 흘러들어 가는 것은 막아주길 바라고 있다. 사우디는 예멘 내전 개입으로 국제적 비난에 직면해 있다.
유럽외교협회 예멘 전문가인 애덤 배런은 사우디로서는 예멘이 뒷마당이고 예멘 문제가 국내 이슈나 다름없기 때문에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하기가 매우 쉽지만,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 평균 시민들에게 예멘은 들어본 적도 없는 곳이고, 역효과를 초래하지 않고 물리적으로 접근한다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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