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벌레' 침공 阿대륙 식량 안보 위협받아…亞 확산 위험도
미주대륙서 유입된 '가을 멸강충'에 남부 아프리카 4천만 식량 불안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주 대륙의 열대지방에서 아프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가을 멸강충(fall armyworm)'이 아프리카인들의 식량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농업생명과학센터(Cabi) 등 농업관련 국제기구들에 비상이 걸렸다.
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경우 가을 멸강충이 아시아와 지중해 지역으로도 확산해 세계 식량 안보와 농업교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이들 기구는 경고했다.
'강토를 멸하는 벌레'라는 무시무시한 뜻의 멸강충은 영어로 '군대 벌레'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들이 떼 지어 지나가며 옥수수를 비롯해 논밭의 온갖 작물을 잎부터 줄기까지 먹어치우는 모습이 군대가 진격하면서 초토화하는 것을 닮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된 가을 멸강충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짐바브웨에서 주식인 옥수수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잠비아, 말라위, 나미비아, 모잠비크 등에도 도달했다고 포린 폴리시가 8일(현지시간) 전했다.
FAO의 짐바브웨 사무소 관계자는 "2개월 후 다음 수확 철까지 약 4천만 명의 식량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이들 멸강충이 통제되지 않으면 식량 안보에 파괴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멸강충의 새로운 방어선인 남부 아프리카가 뚫리면 아시아와 지중해 쪽으로 단기간에 확산해 전 세계적으로 농업교역을 크게 위협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이에 FAO는 내주 긴급회의를 열어 가을 멸강충 확산과 피해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짐바브웨 정부는 이미 농작물의 10%가 피해를 봤다고 말했으나, 남아공은 아직 실태조차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가을 멸강충이 아프리카에 나타난 것은 미주대륙으로부터 수입된 식품에 알이나 유충 형태로 묻어 유입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미국 농무부는 설명했다.
가을 멸강충은 멸강충 중에서도 악명이 높다. 수확물뿐 아니라 씨앗, 꽃, 잡초, 과일, 채소 등 침입한 지역에서 입에 닿는 것은 뭐든 다 먹어 치운다.
1㎡에 최대 1천100마리까지 살 정도로 군집성이 강하며, 성충인 나방으로 부화하면 새 먹잇감을 찾아 수백 마일까지 날아가기 때문에 확산력이 크다. 살충제 적응력도 좋아서 북미지역에서 한 하위 종은 유전자 조작 작물에 대한 저항력을 이미 갖췄다고 FAO 관계자는 설명했다.
Cabi의 전문가들은 가을 멸강충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 수단을 개발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면서 "가을 멸강충이 그동안 아프리카에 존재해온 다른 멸강충과 비슷해 혼돈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고 BBC방송은 지난 6일 전했다.
잠비아는 군용 비행기를 이용해 가을 멸강충 피해 지역에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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