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참사 10년…무엇이 변했나
화재 예방 시설은 초 현대화…보호 외국인 인권 문제는 '여전'
(여수=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2007년 2월 11일 오전 3시 55분께 전남 여수시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보호소 3층 보호실에서 불이 나 구금돼 있던 외국인 55명 가운데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연기와 불길에 휩싸인 상황에서 이중 잠금장치를 여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우레탄 매트리스가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많은 이들이 희생됐다. 생존자들도 유독가스를 흡입,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화재 당시 현장에 스프링클러는 아예 없었고, 화재경보기 등 그나마 시설되어 있던 소방시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현재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보호소는 어떻게 변했을까.
무엇보다 시설과 재난 대응 면에서 당시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유독가스로 대형 인명피해를 냈던 보호실 실내바닥의 우레탄을 불연내화재로 교체했다.
또 화재 당시 초기 진화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스프링클러를 보호동 전체에 설치했다.
이와 함께 소화기, 소화전, 방독면 등을 추가하고, 열 감지기 177개를 비롯한 화재감지기 224개를 설치했다.
이 밖에도 보호실 환기 배출구 설치, 보호실 내부 감시실 비상열쇠함 설치, 보호 외국인 전용 야외 운동장 설치, 보호실 자동제어 출입문 설치, 대피 유도등 설치 등의 개선을 했다.
특히 화재를 비롯해 도주사고, 집단 난동, 응급환자 발생, 전염병 환자 발생, 지진 등 유형별로 대응 매뉴얼을 수립해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
이처럼 시설 면에서 10년 전과 비교해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보호소 운영 측면에서는 여전히 10년 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평가다.
10년 전 화재 당시 국민은 외국인보호소가 감옥과 거의 다르지 않게 지어졌고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보호 외국인들은 형사 범죄자가 아닌데도 철창으로 차단된 좁은 방에서 10명 이상 함께 지내며 공중전화와 면회 외에는 외부와 연락도 할 수 없는 등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짧은 기간 안에 출국하는 것이 아니라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장기간 보호소에 구금돼 있었다.
그 원인은 대부분 임금체불이나 미지급된 임대보증금, 채권채무 관계 등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10년이 흐른 지금도 이 같은 외국인보호소 운영 실정이나 외국인 인권 개선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판단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도 전국 각지에서 미등록 이주민을 인간 사냥하듯 단속하는 야만적인 폭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범죄자가 아닌 미등록 이주민의 단속과 추방을 중단하고 보호소 무기한 구금을 허용하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는 등 근본적인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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