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 1개 폭발에 2만가구 종일 정전…"예비선로만 있었어도"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9일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 아파트와 상가 등 2만2천803가구 전체에 종일 정전사태를 초래한 것은 변압기 1대의 폭발 사고였다.
정관신도시는 특별법에 따라 한국전력을 대신해 민간 사업자인 '부산정관에너지'가 열병합 발전소를 가동해 전기를 생산한다. 부산정관에너지는 산업단지를 제외한 모든 시설에 공급하고 남는 전기는 한전에 판다. 일종의 에너지 독립 지역인 셈이다.
한전에 따르면 민간 사업자는 한전에서 공급하는 15만4천V 전기를 2만2천900V로 바꿔 사용한다. 이를 위한 변압기의 연결 선로에 문제가 생기면서 이날 오전 10시 24분께 폭발 사고가 발생했고, 가동 중인 발전기도 멈췄다.
이 때문에 정관신도시에 전기 공급이 끊겨 정상화할 때까지 9시간 가량 도심이 마비됐다.
변압기가 폭발하자 사업자는 속수무책이었다. 한전과 전기를 주고받는 유일한 통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사업자가 예비 변압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복구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다.
한전에 긴급지원을 요청, 오후 2시 30분께 정관산업단지로 연결되는 전봇대에서 송전선을 임시로 끌어와 2만2천900V 전기를 공급받기 시작했다.
이후 사업자는 다시 발전기를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 번 멈춘 발전기를 제대로 재가동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결국 사고 발생 9시간만인 오후 7시 28분께 전력 공급을 정상화했다.
변압 과정 없이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를 곧바로 받는 예비선로만 있었어도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을 수 있었거나 최소한 전력 공백을 4시간 이상 줄일 수 있었다.
예비선로 구축은 사업자가 한전에 요청하고,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2008년 정관신도시 전기공급 사업을 시작한 부산정관에너지는 지금까지 한전에 이 같은 요청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한전과 15만4천V의 고전압으로만 전기를 주고받은 것은 효율성 때문으로 알려졌다. 고전압으로 주고받으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사업자는 변압기 폭발 원인을 찾아내 수리하거나 다시 구입해 설치하고 예비선로 구축을 검토하기로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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