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에 '휘청' 구제역에 '털석'…한우식당들 찬바람
소·돼지 매몰하는 '무서운 질병' 여겨 섭취 꺼려…매출 20% 곤두박질
전문가 "사람한테 옮지 않고, 익히면 바이러스 사멸…걱정 안해도 돼"
(전국종합=연합뉴스) "언론에서 구제역 걸린 소를 땅에 묻는 사진이나 영상은 내보내지 말아야 합니다. 가뜩이나 소비자 불안감이 큰 데, 혐오스러운 장면 자꾸 되풀이해서 보여주면 누가 쇠고기를 먹겠어요?"
충북 보은축협이 운영하는 소고기직매장 '한우이야기'는 이번 주 들어 매출이 뚝 떨어졌다.
평소 저녁시간이면 9개의 룸과 52석 규모의 홀이 손님으로 제법 채워지곤 했는데, 청탁금지법 때문에 적지 않게 손님이 줄더니 지난 5일 인근 젖소농장에서 구제역이 터진 뒤에는 매일 빈 방이 수두룩하다.
이 매장 이모 과장은 "명절 뒤 찾아오는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구제역 발생 이후 소고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뚜렷하다"며 "예약 취소가 속출하면서 매출이 20% 가까이 곤두박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격 장기화를 우려한 보은축협은 지역신문에 '구제역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고, 매장에도 홍보문을 내걸었다.
◇ 구제역 걸렸으면 어쩌나…소고기 기피
충북 남부권 유일의 축산물종합처리장인 '맥우'의 직매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 때는 예약 없이는 저녁 약속이 불가능하던 곳인데, 며칠째 손님이 뜸하다.
홍성권(57) 대표는 "이번 주는 매출이 15% 넘게 빠지고 있다"며 "구제역 발생지 이동제한으로 하루 50∼60마리에 이르던 소 도축량도 40마리 선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우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전북 정읍을 비롯해 경기도 연천 주변의 쇠고깃집 상황도 좋지 않다.
40여곳의 한우 전문식당이 몰려 있는 정읍시 산외한우마을은 손님이 눈에 띄게 줄면서 아예 문을 닫는 식당까지 생겨나고 있다.
한 식당 주인은 "작년 9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타격을 받았는데 구제역이 터진 뒤 택배 주문이 뚝 끊겼고, 이따금 찾아오는 몇 안 되는 손님들도 찝찝해하는 분위기"라며 "구제역 발생지가 16㎞ 밖에 안 되는 가까운 곳이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식장 주인도 "하루에도 서너 건씩 예약이나 택배 주문을 취소하는 전화가 걸려온다"며 "축산농가는 보상이라도 받지만, 우리처럼 장사하는 사람은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고 한숨지었다.
구제역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소고기를 파는 음식점에 손님이 끊겨 시름이 깊다. 혹시 병에 걸렸거나 백신을 맞았을지 모른다면서 쇠고기 섭취를 꺼리는 분위기 때문이다.
◇ 불 대면 바이러스 사멸…사람한테는 옮지 않아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사람이 구제역에 감염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구제역은 소·돼지·염소·사슴처럼 발굽이 두 갈래로 갈라진 동물에서 나타나는 바이러스성 급성 전염병이다.
이들 동물간 전염력이 매우 강한 데다, 치료법도 없어 병에 걸린 가축은 모두 도살하거나 매립하는 것이지, 사람에게 옮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대부분 바이러스가 그렇듯 구제역도 불에 약해 섭씨 76도에서 7초만 가열하면 모두 사멸된다.
충남대 수의과대학 서상희 교수는 "구제역은 사람과 동물을 옮겨다니는 인수공통질병이 아니다"며 "구제역에 걸린 소나 돼지를 먹어도 사람한테는 아무런 해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에도 구제역 후유증은 우유 소비를 위축시키고, 심지어 순댓집 매출까지 떨어뜨리는 등 광범위하게 확산한다.
수원역 인근의 전통 순댓국집인 일미식당 정경미 대표는 "2010년 구제역이 났을 때는 손님이 아예 들지 않아 6일 동안 문을 닫았었다"며 "이번에는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우유의 경우 90도 이상 고온에서 멸균하기 때문에 구제역 바이러스는 살아 남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심지어 육회 같은 날고기도 바이러스가 살 수 없는 근육 부위를 이용하기 때문에 걱정 없이 먹어도 된다고 한다.
영동대 호텔외식조리학과 지영순 교수는 "구제역에 걸린 소는 곧바로 살처분되고 농장은 이동제한 되기 때문에 구제역 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은 없다"며 "설령 유통된다 해도 산도가 떨어져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최찬흥 노승혁 김동철 박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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