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마리 땅에 묻은 악몽…"방심하는 순간 끝" 축산농 초긴장
2010년 진원지 안동 구제역 차단 총력…눈 뜨면 소 확인, 백신 추가 접종
"항체 형성률 기준 이하 나오면 과태료 부과, 지원사업 배제" 강수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방심하는 순간 끝난다는 생각으로 구제역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경북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에서 한우 160마리를 키우는 박기주(62)씨는 요즘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축사 근처에 오는 것도 막고 있다.
안개분무시설을 이용해 이틀에 한 번꼴로 축사를 소독한다. 간혹 외출하고 돌아오면 축사 근처에 설치한 차 소독기, 대인 소독기 등으로 철저하게 소독한 뒤 축사로 들어간다.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박씨는 친분이 있는 축산농민과 전화로 관련 정보를 교환한다.
박씨가 키우는 소 전부는 예방 접종을 했다. 그러나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긴장을 풀지 못한다.
안동시 정하동에서 소 300마리를 키우는 김창근(54)씨는 구제역이 해마다 생기고 솟값까지 떨어져 축산업을 그만둘지 고민하고 있다.
구제역 발생 이후 외출을 자제한다는 그는 "소독 등 청결에 아무리 유의해도 구제역을 막기 힘들다"며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소 상태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안동시 일직면 죽곡리에서 돼지 4천마리를 키우는 임모(58)씨도 요즈음 초긴장 상태다.
그는 2010년 구제역 사태 때 키우던 돼지 1만 마리를 도살 처분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 구제역 발생 소식을 듣고 나서 축사 근처에 설치한 소독기로 드나드는 모든 차와 사람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소독한다.
아직 돼지가 구제역에 걸렸다는 소식은 없으나 언제든 불똥이 튈 수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임씨는 "농가는 정부지침대로 백신 접종 등을 철저히 하지만 안심하지 못한다"며 "정부가 접종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백신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안심하고 소, 돼지를 키울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안동 축산농가가 유독 긴장하는 것은 2010년 전국으로 퍼진 구제역 때문이다.
이곳 축산농가는 물론 일반 시민도 2010년 12월 말 발생해 이듬해 초까지 계속된 구제역 악몽을 여전히 기억한다.
당시 구제역 진원지인 안동에서만 1천400여 축산농가에서 소와 돼지 14만여 마리를 땅에 묻었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2010년 사태와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시는 9일부터 긴급 추가 예방 접종에 들어갔다. 오는 12일까지 1천200여 농가에서 사육하는 5만1천여 마리에 접종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중대한 사안인 만큼 농가마다 담당 공무원을 1명씩 지정해 기간 내 접종을 하는지 확인한다.
또 50마리 미만을 사육하는 소규모 농가가 희망하면 공수의사가 직접 농가를 찾아가 접종을 해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백신 접종에 따른 사고 가축 발생을 줄일 수 있도록 백신 스트레스 완화제 등도 지원한다.
시는 접종이 끝나면 농가별로 가축 채혈검사를 해 항체 형성률이 기준 이하로 나오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하고 각종 지원사업에서 배제할 방침이다.
항체 형성률이 높은 농가에는 각종 사업에 우선권 부여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김동수 안동시 축산진흥과장은 "긴급 추가 접종이 구제역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분수령으로 보고 접종에서 누락하는 개체가 생기지 않도록 힘을 쏟겠다"며 "농가도 농장 소독, 예찰 등 차단방역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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