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배스천 나이트의 진짜 인생
동급생·작가와 술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서배스천 나이트의 진짜 인생 =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1899∼1977)가 1938년 프랑스 파리에서 망명생활을 하며 영어로 쓴 첫 작품. 모국어인 러시아어를 버려야 하는 작가의 비통함이 짙게 스며든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은 화자 V가 이복형제 서배스천 나이트의 전기를 쓰기 위해 그의 행적을 따라가는 구조다. 1899년 러시아에서 태어난 서배스천 나이트는 혁명이 한창이던 1918년 모국을 떠나 영국에 정착한다. 영어로 글을 쓰게 된 그는 언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유명한 작가로 성장한다. V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배스천 나이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의 비밀이 무엇이었건 간에, 나도 한 가지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영혼은 항구적인 상태가 아니라 존재 방식일 뿐이며, 내가 영혼의 파동을 발견하고 따라간다면 어떤 영혼이라도 나의 영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문학동네. 송은주 옮김. 256쪽. 1만3천500원.
▲ 동급생 = 독일 출신 작가 프레드 울만(1901∼1985)이 1971년에 쓴 소설. 나치가 독일을 장악해가는 1930년대 유대인 소년과 독일 귀족 가문 소년의 우정을 그렸다.
유대인 의사의 아들 한스는 새로 전학 온 콘라드에게 끌린다. 예술과 철학에 대해 토론하며 가끔 여자아이 이야기도 한다. 콘라딘은 부모님이 없을 때만 한스를 집에 초대한다. 어머니가 유대인을 혐오해서다. 거리에는 유대인을 비난하는 포스터가 늘어나고 학교에도 아리아인 우월주의를 신봉하는 역사 선생님이 부임한다. 한스는 결국 미국으로 떠난다. 깨져버린 우정은 유대인이 겪을 참혹한 운명의 전조다.
소설은 미국에서 변호사로 성공한 한스가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다. 뜻밖의 방식으로 두 친구가 재회하는 결말은 충격적이다. 중산층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나 히틀러 집권 이후 독일을 떠난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포함됐다.
열린책들. 황보석 옮김. 160쪽. 1만800원.
▲ 작가와 술 =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위스키를 아무리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자랑했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변명처럼 말했다. 존 치버는 음주와 작품활동이 '자기파멸적'이라는 면에서 비슷하다고 봤다. "글쓰기는 나에게 돈과 명성을 가져다주지만 글쓰기가 내 음주벽과 서로 엮여 있다는 의혹이 든다. 술이 주는 흥분과 상상이 주는 흥분은 아주 흡사한 면이 있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두어 잔만 마시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며 평소의 수줍은 성격을 술로써 이겨냈다. 존 베리먼은 바람을 피우는 데 따른 죄책감에 술을 마셔대기 시작했다. 영국의 평론가 올리비아 랭이 현대 미국문학의 거장 6명과 술의 관계를 짚어본 책.
현암사. 정미나 옮김. 452쪽. 1만5천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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