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부흥산서 국내 최고 '멸종위기' 왕자귀나무 발견
숲해설가 황호림씨 40년생 확인…전남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서 공개
세계 첫 왕자귀나무 세계분포도 작성 업적도
(목포=연합뉴스) 박성우 기자 = 전남 목포에 국내 최고 수령의 왕자귀나무가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숲해설가로 활동하는 목포기독병원 사무국장 황호림(57)씨는 최근 전남대학원 임학과 석사학위 논문에서 목포 부흥산에 국내 최고수령인 40년생의 왕자귀나무가 서식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왕자귀나무는 콩과의 낙엽소교목으로 3∼8m까지 자란다. 6∼7월에 원추상의 흰색의 꽃이 핀다.
산림보호법에서 멸종위기종(EN)이자 우선적 보호가 필요한 산림자원으로 지정된 특별산림보호대상종 53종 중 1종이다.
식물구계학적으로 분포(자생)범위가 가장 작은 특정식물 V등급에 해당하는 희귀식물로 규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문헌상 남한의 여러 지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최근 10년 사이 목포, 무안, 영암, 신안, 해남, 진도, 여수 등 전남 서남해안 7개 시군 40곳에서 발견됐다. 인 인천광역시 대이작도에서 확인됐다.
황 국장과 학계에서는 41곳 외 지역에서는 사실상 멸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인도 북동부, 동남아, 동아시아 등에서만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흥산 40년생 왕자귀나무는 높이 8m, 밑둥 직경 2m45㎝ 규모다.
목포는 국내 최대 왕자귀나무 서식지역으로 황 국장은 문헌과 현지 답사를 통해 목포에 1천857개체(유달산 496개체, 입암산 673개체, 부흥산 683개체)가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유달산과 입암산에서도 비교적 수령인 높은 35년생, 25년생이 각각 1그루 발견됐다.
부흥산 40년생을 포함 이들 3그루 모두 사유지 밭두렁에서 자라고 있었다.
황 국장은 사유지인 관계로 남벌을 면해 현재의 수령을 채울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그가 왕자귀나무 연구에 나선 것은 국내 최대 서식지가 그의 삶의 터전인 목포라는 데서 출발했다.
목포에 자생하는 개체군의 분포특성과 현황을 조사·분석해 현지 내 보존방안을 수립하고 생물종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초자료 제공에 도움을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황 국장은 "국내의 경우 수차례 왕자귀나무 분포지에 대한 선행연구가 있었지만 체계적이고 세부적인 분포지 목록이 없어 현지에 대한 직접조사를 기본으로 하고 부수적으로 문헌조사를 참고했다"며 1년여간의 힘들었던 현장 답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외 분포지 자료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인터넷 등을 통해 전 세계 곳곳의 문서고, 도서관 등의 자료와 문헌을 샅샅이 뒤져야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그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왕자귀나무 국내 분포지 목록 체계화라는 학문적 성과를 일궈냈다.
인도, 미얀마, 베트남, 중국, 대만, 일본 등 왕자귀나무의 국외 분포지를 지역 단위까지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왕자귀나무 세계분포도까지 작성하는 등 세계 임학 연구에도 크게 한몫을 했다.
왕자귀나무에 관한 한 세계적 권위자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는 "목포를 대표하는 수종이나 지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한 왕자귀나무에 대한 보전과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를 마련했다는 데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며 "올해 신학기부터는 임학 박사과정에 도전한다"고 선언하는 등 숲·나무에 대한 연구 열정이 식을 줄 모른다.
황 국장은 '우리동네 숲 돋보기' 등 두 권의 책을 펴내고 목포대 평생교육원에서 '들꽃교실' 강의를 하는 등 숲 전문가로서 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3pedcr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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