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리지 않을까" 목포 온금동 주민들 20여년 석면 '공포'
주택가 한복판 방치…슬레이트 덩어리 조선내화 폐공장 건물
(목포=연합뉴스) 박성우 기자 = "혹시 무슨 암에나 걸리지나 않을지 항상 불안합니다"
목포시 온금동 주민들은 동네 한복판에 20여 년이 넘도록 방치된 조선내화 폐공장 건물 슬레이트 지붕 등에서 하얀 가루가 집안으로 날아들 때 마다 내색은 못 하지만 속으로는 불길한 느낌에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고 한다.
슬레이트에 함유된 '1급 발암물질' 석면에 대한 공포감 때문이다.
애초 이곳에 터를 잡았던 조선내화가 가동을 중단, 새 둥지인 전남 광양으로 옮겨간 지 25년 이상 흘렀다.
주민들은 공장이 이전한 후 한동안은 생계의 터전이기도 했던 조선내화에 대한 애정 때문에 슬레이트 분진이 날려도 무던히 참으면서 살았다.
그러나 바람이 불거나 하면 분진이 더욱 심해지고 특히 태풍 때에는 공장 지붕과 벽을 둘렀던 슬레이트 조각이 마을 길이나 집안으로 날아드는 등 흉기로 돌변하는 사태까지 일어나자 인내에 한계를 느꼈다.
주민 김모(49)씨는 "2012년 여름 태풍이 불면서 공장에서 날아든 슬레이트가 황모씨의 차량 보닛을 을 더 보닛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 조선내화 측에서 보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슬레이트 파편으로 인한 크고 작은 재산상의 피해가 많이 발생하곤 한다"며 "조선내화는 피해 차량 보상 시에도 길에 무단주차한 차주 책임을 물어 절반밖에 해주지 않는 등 횡포를 부렸다"고 비난했다.
특히 10여 명의 주민들이 암 등 불치병을 앓고 있고 지난해 유방암을 앓은 한 주민이 사망하면서 분진에 대한 두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주민 A(42·여)씨는 "지난해 유방암으로 사망한 P(당시 72세·여)씨는 이웃들에게 발병 원인이 공장 분진(석면) 때문이라고 주장했었다"며 "P씨 사망 시점에 암 발병 주민 숫자를 파악해보니 8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주민 황모(82)씨는 "노환이나 불치병 등으로 인해 세상을 뜨는 친구, 지인들이 많다"며 "질병의 원인이 슬레이트 분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공장 건물을 보면 항상 언짢아 빨리 철거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결국 지난해 8월 폐공장 건물 철거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조선내화 측에 보냈다.
탄원서에는 공장 주변 가구주 100여 명의 주민이 연대서명 한 연명부를 첨부했다.
김대식(49·서산온금 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조합장)씨는 8일 "탄원서에 대해 아직도 아무런 회신이 없다"며 "우리 주민들도 이제는 조선내화의 부도덕성에 대한 여론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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