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불법대선자금으로 결국 법정에…"나는 모르는 일"
'비그말리옹 스캔들' 정식 재판 열기로…예심재판부 "몰랐다는 말 신빙성 없어"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 출마 당시 선거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7일(현지시간)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사르코지는 지난 2012년 대통령 재선에 도전하면서 홍보회사인 '비그말리옹'의 자금을 몰래 갖다 쓴 혐의로 곧 정식재판에 회부된다.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에 대한 예비심리를 거쳐 정식 재판을 열기로 지난 3일 결정했다.
사르코지는 2012년 대선에서 선거비용 초과사용을 은폐하기 위해 비그말리옹에서 허위 영수증을 발급받아 당에서 쓴 비용인 것처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사르코지의 선거행사를 전담했던 비그말리옹은 각종 행사 비용 1천850만 유로(약 230억원)를 대선 캠프가 아닌 소속정당인 대중운동연합(UMP)에 부당하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UMP는 현 프랑스의 제1야당인 공화당의 전신이다.
검찰은 사르코지 대선 캠프가 이런 선거자금 조작을 통해 2012년 대선에서 2천250만 유로의 법정 선거비용을 훨씬 넘겨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프랑스 검찰 조사에서 이미 비그말리옹의 경영진이 회계장부 조작 등의 사실을 시인했다. 검찰은 비그말리옹의 전 대표와 UMP의 자금 책임자 등도 사르코지와 함께 기소할 방침이다.
재판에서는 사르코지가 불법적인 선거자금 유입 사실을 실제로 알고 있었는지가 가장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사건의 예비심리를 맡은 재판부는 "그 누구보다도 사르코지는 선거캠프 사람들이 선거자금과 관련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대통령 재선에 도전할 만큼의 경륜과 권위를 갖춘 사람이 모든 일을 실무진이나 홍보회사 사람들에게 맡겨 결정토록 했다는 것은 신빙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9월 경찰 조사에서 사르코지는 이런 의혹에 대해 '웃기는 일'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모든 일의 책임을 비그말리옹과 UMP 쪽에 돌렸다.
사르코지는 2012년 대선에서 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패한 뒤 정계를 은퇴했다가 복귀, 지난해 11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자신의 밑에서 총리를 지낸 프랑수아 피용과 알랭 쥐페 전 총리에 밀려 결선에도 오르지 못한 채 정치무대에서 퇴장했다.
사르코지는 비그말리옹 스캔들뿐 아니라 2007년 대선을 앞두고는 리비아의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5천만 유로의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의심도 받는 등 여러 의혹에 휩싸여있다.
헝가리 이민자 가정 출신인 그는 대통령 재직시절엔 부를 과시한다는 뜻에서 '블링블링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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