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1년 남북출입사무소엔 '대남·대북 방송뿐'
폐쇄전 하루 200여명→50여명…"하루 빨리 재개됐으면"
(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공단 폐쇄 후 이어진 북측과 우리측의 대남·대북방송이 1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밤낮없이 이어지는 방송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네요."
6일 기자가 찾은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는 북쪽에서 들려오는 대남방송과 우리측의 대북방송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북쪽에서 들리는 방송은 윙윙거리는 소리로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우리측은 가요부터 날씨, 북한 이탈주민들의 정착 지원에 관한 내용을 방송하고 있었다. 한 출입사무소 직원은 이제 남북의 이런 방송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오는 10일이면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로 불리던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춘 지 꼭 1년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지난해 들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까지 단행하자 그해 2월 10일 대북제재 차원에서 개성공단 가동의 전면 중단을 발표했고, 북한은 다음 날 개성공단 폐쇄와 공단 내 남측 인원 추방으로 대응했다.
지난해 2월 초까지만 해도 개성공단을 드나들던 트럭들이 줄을 이었지만, 이제는 빨간 원통형 시설물들이 출입사무소 차량 게이트 앞 도로를 일렬로 막고 서 있었다. 벌써 1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북출입사무소 주차장도 공단 폐쇄 전에는 북측에서 만든 완제품을 건네받으려는 대형트럭들로 빈틈을 찾기 힘들 정도였지만, 이날은 승용차 10여 대와 관광버스 2대가 전부였다.
남북출입사무소는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 승인 업무와 대북협의 및 연락업무, 그리고 법무부와 농림식품부, 국가정보원 등의 인력을 지원받아 CIQ(출입국·통관·검역)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출입사무소 1층 로비로 들어서자 청사 내부 곳곳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오른쪽 출경장과 왼쪽 입경장의 출입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에서는 3명의 직원이 청소와 경비업무를 보고 있을 뿐, 역시 고요하기만 했다.
개성공단 폐쇄 전 13개 기관 86명에 달했던 사무소 직원은 7개 기관 50여명으로 줄었다.
공단 폐쇄전 하루 평균 200여명이 사무소를 찾을 정도로 북적였지만, 폐쇄 후에는 50여명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출입사무소의 홍보전략 덕에 청소년 등 관람객은 다소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실제 지난해 사무소를 찾은 청소년 등 관광객은 1만3천176명으로, 공단이 폐쇄되기 전인 2015년 9천66명보다 4천110명 늘었다.
지난해 6월 사무소 출입 관련 절차를 청소년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사무소 측이 코레일, 경기관광공사와 협약을 맺은 결과다.
사무소 관계자는 "공단이 폐쇄되면서 사무소의 역할과 기능을 청소년들에게 적극 홍보하기 위해 경기관광공사 등과 협약을 맺었다"면서 "요즘 월평균 1천여명의 관광객과 견학생들이 사무소를 찾는데 고유 업무 외에 이들을 대상으로 사무소와 관련한 브리핑, 통일교육프로그램 진행, 도라산역, 출·입경장 등을 소개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공단이 폐쇄되면서 요즘 사무소를 찾는 방문객이 4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라며 "고유 업무 외에 사무소를 찾는 견학생과 관광객을 위해 브리핑과 통일교육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찾는 이가 크게 줄어든 탓에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과 관광객, 사무소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무실 2층 대회의실과 대형식당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8월까지 식당 앞에 매점과 기념품 판매점이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철수했다.
관리인 양희권 씨는 "공단이 폐쇄된 후로는 사무소 직원과 군인, 관광객 등 하루 이용객이 50여 명밖에 안 된다"면서 "생계를 위해 하루빨리 공단 재개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공단이 언제 재개될지 모르지만, 재개된다면 철거한 매점과 기념품 판매점을 다시 설치하겠다"면서 "하루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n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