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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일본강점기 그림엽서집 발간한 재일동포 고성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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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일본강점기 그림엽서집 발간한 재일동포 고성일 씨

30년간 4천여 점 수집 "시대상 반영된 역사자료…박물관 기증할 것"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일본강점기 시대상을 담은 그림엽서를 30년간 수집해온 재일동포 수집가 고성일(71) 씨가 최근 일본에서 '그림엽서로 보는 일본통치하의 제주도'를 출판했다.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는 고 씨는 책에서 합방 직전인 1909년에 조선 통감이 발행한 근하신년 엽서, 3.1운동 탄압엽서, 한일합방 기념엽서 등 시대상을 반영한 것과 제주도 풍물을 그린 엽서를 소개했다. 제주도의 풍물은 주로 해녀, 관혼상제, 고래시장, 생선 공장, 기녀, 풍물 장수 등 생활상을 담았다.




고 씨는 6일 "그림엽서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도 일본강점기의 제주도를 소재로 한 엽서를 책으로 묶어 소개한 것은 처음"이라며 "당시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시대상이 그려진 엽서도 함께 넣어 꾸몄다"고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 밝혔다.

고 씨가 책에서 소개한 1909년 조선 통감 발행 '근하신년 엽서'는 일장기를 배경으로 일본인과 조선인이 악수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는 "1년 뒤의 한일합방을 암시하는 엽서"라며 "일본인을 상대적으로 크게 그려서 조선인을 눈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 처리만 보아도 당시 일본이 조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출신으로 1965년 스물한 살에 일본으로 건너간 고 씨는 오사카의 구두 피혁 공장에서 일하며 4자녀를 키웠다. 40살이 되던 해 공장에서 사용하는 시너 성분의 물질로 인한 피부염의 후유증으로 일을 그만뒀으며, 취미로 시작한 분재로 생계를 이어가게 됐다. 고 씨는 한국인으로는 일본원예협회의 분재사 면허 취득 1호이기도 하다.

분재를 하게 되면서 시간의 여유가 생긴 그는 우연히 들린 골동품 가게에서 한국 문화재가 잔뜩 진열된 것에 놀랐다. 주로 일본강점기에 일본으로 유입된 것들이었다. 빼앗긴 우리 역사라는 생각에 그는 '한 작품이라도 수집하겠다'는 마음에서 골동품 수집을 시작했다.

그때 눈에 띈 것이 일본강점기 때 일제가 발행한 그림엽서였다.

"조선총독부의 각종 행사 기념엽서를 비롯해 생활풍속까지 다양한 엽서에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왜 이렇게 많은 엽서를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면서 한편으로 당시를 알 수 있는 귀중한 민속자료라는 생각이 들어 수집에 빠져들었습니다."

오사카는 물론이고 도쿄, 아오모리, 규슈 등 일본 각지와 한국도 오가며 수집했다. 필요하다 싶으면 소장가를 찾아가서 몇 날 며칠을 설득하기도 하고, 경매에 나오면 무조건 최고가로 사들였다. 때로는 미국 등 외국의 그림엽서 수집가로부터 사들이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수집한 그림엽서가 4천여 점에 이른다.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번 돈을 모두 수집에 쏟아부은 이유에 대해 그는 "내가 아니면 누가하겠느냐는 사명감 때문이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고 씨는 일제가 그림엽서를 주도적으로 발행한 이유를 "국권침탈 이후 일본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그 명분을 전할 필요가 있었고 엽서를 통해 '조선은 이렇게 살기 편한 곳'이라고 선전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강원도 엽서 등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조선 8도에서 발행한 것을 대부분 모았다는 그는 기회가 되면 일본, 서울, 제주도 등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그림엽서 외에도 조선백자, 고려청자 등 도자기와 고려 시대 목각 제품 등 수집한 골동품만도 1천여 점으로 고 씨는 적당한 기증처를 찾고 있다.

"그림엽서에는 일본강점기 36년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드러나 있기에 사료로서의 가치도 있습니다. 박물관 등 적당한 기증처에 넘겨서 기록물로 후대에 전하고 싶은 게 마지막 바람입니다."

wakar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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