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싼커시대] "자유로워 좋아요"…'놀멍쉬멍' 제주여행 中모녀
올레길 걷고 시외버스 타고 교외로…재래시장선 한라봉 맛에 '흠뻑'
싼커 증가에 제주 여행사·면세점 '희색'…"관광업계에 실질적 도움"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지난 4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제주에 온 중국인 왕리웨이(28·여)씨는 9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어머니와 단둘만의 제주 여행을 즐기고 있다.
왕씨는 "엄마와 둘이 제주를 일주하는 올레길을 걸어봤다"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아름다운 제주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올레길 일주 소감을 밝혔다.
왕씨 모녀의 6일 하루 여행 일정은 아침에 호텔을 나와 제주자연사박물관→동문재래시장→용두암→용담 해안도로를 방문하는 것으로 짜였다.
모녀는 동문재래시장에 들러 제주 대표 감귤인 한라봉을 사 맛을 봤다. 새콤달콤한 맛이 금새 입안 전체로 퍼졌으며, 중국의 만다린 종류보다 신맛이 덜했다고 전했다.
재래시장의 모습도 중국과 달리 이국적으로 느껴져 발품을 팔아 시장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용담 해안도로에서는 올레 17코스를 천천히 걸으며 봄기운 가득한 제주 해안 경치를 만끽하고 커피숍에도 들렀다.
전혀 시간에 구애받지 않았고 "다른 곳으로 빨리 이동해야 한다"고 재촉하는 이도 없다.
관광지 이동은 시티투어버스인 '황금버스'를 이용했다. 시간대별로 이용할 수 있어 편리했다.
왕씨 모녀는 이번이 첫 제주 방문이지만 과감하게 숙소만 예약하고 상하이발 제주행 직항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단체 관광 상품은커녕 중국 현지나 한국 여행사의 관광상품을 전혀 구매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제주 시내 지리나 대중교통 이용 방법을 검색하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 제주 곳곳을 누비고 있다.
왕씨는 "요즘 중국 인터넷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에 대한 각종 여행 정보가 많아 많은 (중국) 친구들이 자유여행을 즐기고 있다"고 자국 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 싼커(散客·개별관광객)를 맞이하는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의 한 상인은 "요즘엔 중국인들이 (단체관광 위주로 오던 것과 달리) 가족이나 친구 단위로 많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제주를 찾은 싼커가 늘며 제주 시내에서 중국인이 많이 몰리는 바오젠 거리 음식점에서는 매일 저녁만 되면 싼커가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먹는 풍경이 연출된다.
20∼30대 싼커는 도심 관광지에 머무는 것에서 벗어나 시외버스를 타고 교외 지역으로 나가기도 한다.
김보현 도 관광협회 팀장은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성산일출봉이나 중문관광단지 등으로 가는 싼커가 많다"며 "이들은 도민과 섞여 버스를 기다리고 같이 탑승해 이동한다"고 말했다.
싼커 유치를 전문으로 하는 제주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여행상품을 이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예약해서 오는 싼커가 많다"며 "이들은 우도와 한라산, 주상절리, 바닷가 카페를 방문하는 것을 선호하는 등 내국인 관광 형태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싼커 방문에 제주도 내 여행사들도 신이 났다.
가족 단위 싼커의 경우 제주 체류 기간 중 하루 당일로 관광지 몇 곳을 둘러보는 '데일리 투어'가 많이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여행사 관계자는 "단체 위주 중국인들은 현지의 대형 여행사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제주에 많이 오더라도 제주 토종 영세 여행사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그런데 싼커가 가족 단위로 오면서 내국인 관광객들처럼 제주 여행사의 데일리 투어를 이용해 관광업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어들어 울상인 제주 면세점들도 싼커가 반갑기만 하다.
제주 모 면세점에서 고급 시계를 판매하는 한 판매원은 "올해 들어 단체 관광객이 줄어들어 고가의 시계가 많이 팔리지 않고 있는데 싼커가 오는 덕분에 판매량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면세점은 싼커 유치를 위해 중국인 유명 파워 블로그를 불러 감귤 따기 체험도 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유치에도 주력하고 있다.
고승익 제주도관광협회 국장은 "싼커 방문이 서서히 체감되고 있고 중국인의 여행 패턴이 단체에서 개별로 바뀌는 게 보인다"며 "그래도 싼커 유치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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