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현 감독 "젊음의 에너지 들끓는 영화 만들고 싶었다"
'웰컴 투 동막골' 이후 12년 만에 '조작된 도시'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박광현(48) 감독이 게임을 소재로 한 범죄 액션영화 '조작된 도시'를 선보인다고 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한 사람들이 많았다. 강원도 두메산골을 무대로 남북분단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전작 '웰컴 투 동막골'(2005)과 게임 범죄 액션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12년 공백기 동안 시대의 흐름과 젊은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한 그의 노력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조작된 도시'는 컴퓨터 게임에 빠져 살던 백수 권유(지창욱)가 한순간에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린 뒤 컴퓨터 게임 멤버들의 도움을 받아 누명을 벗는 이야기다.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박 감독은 "지친 청년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싶어서 제 안의 다양한 감성 중 젊은 감성만 꺼내서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박 감독과의 일문일답.
-- 게임 소재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 우리 아이가 게임을 하는데, 옆에서 구경만 해도 신나더라. 그래서 왜 젊은 친구들이 게임에 빠져있을까 생각했다. 요즘 게임은 영화처럼 스토리가 있고, 그래픽적으로도 영화 못지않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게임의 창조성에 놀라게 된다. 이 놀라운 세계를 만들어놓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마치 맛있는 음식점을 차려놓고 그 음식점에 가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 통상 영화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들은 한가지 특출한 능력을 지닌다. 전직 형사라든가, 특수부대 요원 등. 그런 비슷한 설정을 피하다 보니 게임을 하는 인물로 설정한 측면도 있다.
-- 젊은 관객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나.
▲ 특정 연령대를 염두에 뒀다기보다 젊은 감성을 겨냥한 것이다. 제 나이도 40대 후반이지만, 제 안에 잠자고 있던 젊은 감성이 깨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영화들은 중장년층에 맞춰진 측면이 있다. 배우들도 그렇고…그래서 이제는 젊음의 에너지가 들끓고, 할리우드처럼 강력한 볼거리가 있는 영화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 오랜만의 작품이라 흥행 부담이 클 것 같다.
▲ 영화를 만들고 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반응이 좋으면 기분이 좋고, 안 좋으면 다운된다. 사실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심장에는 안 좋은 것 같다.
-- '조작된 도시'라는 제목이 다소 옛날 느낌을 준다.
▲ 2년 반 전 이 영화를 기획했을 때는 제목이 '영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누군가는 만화 제목 같다고 하더라. 그러나 세상에 여러 일이 생기다 보니 영화적인 단어가 이제는 사회적 단어로 바뀐 느낌이다.
--지창욱은 어떻게 주연으로 기용하게 됐나.
▲지창욱을 캐스팅했을 때 주변에서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 혹자는 '내가 10년 넘게 작품을 안 하다 보니 감을 잃었다'고도 하더라. 시나리오를 쓴 뒤 잘 나가는 배우들의 얼굴을 보며 매칭했는데 딱 맞는 얼굴이 없었다. 지창욱은 소년부터 마초까지, 액션부터 여린 감성까지 해낼 수 있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투자자들을 설득시켰다.
-- 심은경, 오정세 등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 심은경은 낯을 많이 가리는데, 극 중 그가 맡은 배역인 여울과 똑같다. 내가 찾던 사람이었다. 오정세는 사실 다른 역할이었는데, 본인이 악역인 민천상 역할을 해보겠다며 한가득 메모를 해와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오정세는 지창욱과 싸우는 장면을 촬영하던 중 갈비뼈에 금이 갔지만, 응급실에서 진단만 받고 다시 촬영에 임할 정도로 투혼을 발휘했다.
-- 12년간 어떻게 지냈나. 중간에 영화 '권법'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 그동안 광고 연출도 하며 지냈다. (박 감독은 원래 CF 감독 출신이다) '권법'은 요즘 영화 기술로는 구현이 힘들어서 미뤄놨다. 내용은 '조작된 도시'와 비슷하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하고 싶다.
--영화에서 어둠 속에서 쌀을 이용한 독특한 액션 장면을 선보였다.
▲ 극 중 권유는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능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생각했다. 어둠 속에서 소리만 듣고 액션을 하는 모습을 화면에 구현하고 싶었다. 소리를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다. 새로운 표현을 시도할 때 한국영화의 표현도 한층 풍부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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