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농장 항체형성률 고작 19%…백신접종·관리 부실했나
평균 항체 형성률 97.8% 크게 밑돌아…방역당국 역학조사 집중
충북 젖소 2만 마리 긴급 백신 접종…축산시설 일제 소독 돌입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올들어 첫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군 젖소농장의 항체 형성률이 고작 1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질적인 농가 백신 접종 소홀이나 접종 방법에 허점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방역 당국은 통상 항체 형성률이 90%를 웃돌 정도로 높은 것과는 달리 이 농장에서 사육하는 소에서 구제역이 생김에 따라 이 농장에 대한 역학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6일 충북도에 따르면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에서 의심 증상을 보인 젖소 5마리를 포함, 총 21마리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항체 형성률이 19%에 불과했다.
충북 도내 우제류의 평균 항체 형성률은 75.7%다. 특히 돼지는 74.4% 정도인 반면 소는 97.8%에 달한다.
충북도는 일단 평균치보다는 한참 낮지만 항체 형성률을 보이는 만큼 이 농장에서 백신 접종은 이뤄졌던 것으로 보고, 백신 관리 또는 접종방법에 문제가 없었는지 역학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냉장 보관해야 하는 구제역 백신을 상온에 뒀다거나, 접종 부위를 잘못해 주사를 놓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살처분 과정에서 수집된 정상 소의 혈액에 대해서도 추가 검사를 벌여 문제점을 진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를 비롯한 방역 당국은 이 농장을 비롯해 일부 농가에서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보은 지역을 중심으로 긴급 백신 접종에 돌입했다.
우선 보은의 우제류(소·돼지 등) 사육 농가 1천37곳(5만7천마리)에 대해 백신 추가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충북 지역 324개(2만마리) 젖소 사육농장 전체를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에도 들어갔다.
방역 당국은 공수의사 등을 동원해 도내 젖소농장에 대한 임상관찰을 강화하는 한편 오는 10일까지 예방접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구제역 확정 판정을 받은 보은 젖소농장의 반경 500m내에 있는 11개 농장(460마리)에 대해선 백신 추가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아울러 방역 당국은 충북에 설치된 기존 조류 인플루엔자(AI) 거점 소독소 28곳을 구제역 겸용 소독소로 전환하고, 소독소 3곳을 추가 설치했다.
공동방제단을 동원해 축산 관련 시설에 대한 일제 소독에도 착수했다.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은 전날인 지난 5일 젖소 5마리의 유두에서 수포가 발생했다며 방역 당국에 신고했다.
정밀 검사 결과 이 농장은 '혈청형 O형' 타입의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에서는 2015년 3월 이후 첫 구제역 발생이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3월 29일 충남 홍성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방역 당국은 이 농장에서 사육 중인 젖소 195마리를 모두 살처분하는 한편 반경 3㎞ 지역에는 이동제한 조처를 내렸다.
현재 방역 당국은 구제역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한 상태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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