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도 경보기도 꺼져있었다"…동탄 화재는 '인재'(종합)
관리업체 관계자 "철거작업 중 오작동 우려 모두 꺼놨다" 진술
경찰 "소방시설 조작 사실 확인"…불 나고 20여분 지나서야 대피방송
소방시설 꺼놓은 채 지역 소방안전경진대회서 '최우수상' 수상
(화성=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초고층건물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 당시 관리업체가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를 꺼놨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관리업체는 화재 발생 후 20여분이 지난 오전 11시 19분 대피방송을 한 것으로 소방 상황보고서에 기록된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업체가 이처럼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를 꺼놓은 탓에 불과 80평 규모의 상가 화재에 51명의 사상자가 발생함으로써 이번 사고 역시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메타폴리스 상가 관리업체 관계자 A씨는 5일 연합뉴스에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밸브가 잠겨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옛 뽀로로파크 점포 내부 철제시설 철거과정에서 스프링클러 오작동을 우려, 밸브를 잠가놓아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화재경보기도 오작동으로 인한 입주민과 방문객 혼란을 우려, 이달 1일부터 꺼놨다가 4일 오전 불이 나자 10여분 뒤 스위치를 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언급은 "화재 직후 경보음이 들리지 않다가 나중에 경보음을 들었다"는 목격자 진술과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상가 관리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소방시설을 조작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라며 "이달 1일 오전 10시께 수신기 제어를 통해 경보기, 유도등, 스프링클러 등을 작동정지 시켜놨고, 화재 직후인 4일 오전 11시 5분께 다시 켰다는 내용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소방시설 작동을 정지해놓은 이유는 철거공사로 인한 경보기 오작동 시 방문객과 입주민들이 대피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까 우려해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소방 상황보고서에는 불이 나고 20여분 지난 오전 11시 19분 메타폴리스측이 대피방송을 했다고 기록돼 있어 소방 설비뿐 아니라 관리업체 직원들의 대응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는 2014년 5월 26일 9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한 고양터미널 상가 화재와 판박이다.
당시 고양터미널 화재는 칸막이 및 가스배관 공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가스가 샌 사실을 모른 채 용접작업을 하다가 불씨가 천장가연성 소재에 옮겨붙으면서 발생했다.
또한 초기 진화 여부를 판가름하는 스프링클러엔 물이 빠져 있었고, 지하층 전원이 모두 차단돼 소방설비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컸다. 화재를 감지해 알리는 장치는 수동으로 전환돼 경보발령과 대피방송도 늦었다.
메타폴리스 관리업체는 소방시설을 꺼놓고도 지난 2일 화성소방서가 개최한 '대형화재취약대상 안전환경조성 경진대회'에 참가해마치 소방 대응 시스템을 완비한 것처럼 발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날 경진대회는 자체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화성지역 8개 대형 업체가 참여해 화재예방 대책을 발표한 뒤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메타폴리스는 직원들의 소방의식, 소방훈련 정도, 소방시설 관리 등에 대한 발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 관리업체 관계자로부터 소방시설을 조작했다는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형사처벌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작업 현장에서 산소절단기 사용 시 준수해야 할 매뉴얼을 제대로 지켰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4일 오전 동탄 메타폴리스 단지 내 4층짜리 부속 상가건물 3층 뽀로로 파크가 있던 점포에서 발생한 불로 4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가운데 14명은 현장에서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나머지 부상자들은 화재 이후 병원을 찾아 연기흡입으로 인한 증세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뽀로로 파크는 지난달 계약만료로 상가에서 철수했으며, 일부 인테리어 시설이 남아 있어 후속 업체 입주를 위해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66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메타폴리스는 상가건물 2동, 주거 건물 4개동(1천266세대)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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