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생리대 때문에 생명의 고귀한 과정이 평가절하 됐다"
장영민 한나패드 대표 "월경은 더러운 것 아닌 고귀한 과정"
'면생리대 만드는 남자'…그룹홈, 아동센터 등에 면생리대 기부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보람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인데 보람을 느낄 이유가 있나요."
장영민 지앤이바이오텍 한나패드 대표는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겸손한 말로 자신의 기부 활동을 평가했다.
지앤이바이오텍에서 생산하는 한나패드는 세탁하면서 2∼3년 사용할 수 있는 면 생리대다.
장 대표는 대학 때 면 생리대를 우연히 만들게 된 후 면 생리대의 장점에 매료돼 대학교 4학년이던 2005년 '지앤이바이오텍'을 창업했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힘쓰던 장 대표는 2년 전 아동·청소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그룹홈'을 알게 된 후 기부에 눈을 떴다.
이후 국내 보육원과 동남아 등에 면 생리대를 조금씩 기부해왔으나, 지난해 생리대를 사지 못해 학교에 못 갔다는 여학생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기부 문의가 쇄도하자 본격적으로 기부 활동을 전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장 대표는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면 생리대를 활용한다면 최소 몇 년간은 생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해외에는 생리대가 부족한 국가들이 많고 국내에도 소외 계층을 돕는 단체들이 생활필수품을 제값을 주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지난해 여름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처음 진행한 나눔프로젝트 때는 1천606건의 후원을 통해 5천100만여원이 모였다.
이달초 끝난 2차 프로젝트 때는 231건의 후원을 받아 300만여원을 모았다.
장 대표는 "1차 프로젝트 후 49개 그룹홈과 서울 경기 지역아동센터 11곳의 여학생 1천400여명에게 면 생리대를 지원했다"며 "6개월간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따로 지원을 요청한 미혼모, 한부모 가정, 저소득층 여성 약 500명에게도 면 생리대를 전달해 총 2천100여 명의 여성들에게 도움을 줬다"고 돌아봤다.
장 대표는 면 생리대를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룹홈에서 일을 도와주시는 어머니와 지역아동센터의 지도교사 등에게 사용법 등을 전수해 여학생·여성들이 좀 더 편하게 면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장 대표는 "그룹홈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면 생리대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대부분이 만족한다고 답해 뜻깊었다"며 "2차 스토리펀딩으로 제작된 생리대는 국내 후원단체인 (사)함께하는 사랑밭을 통해 저소득층 여학생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요청하는 저소득층·한부모 가정·미혼모에게 계속 생리대를 지원하는 한편 면 생리대를 알리면서 사회공헌을 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디자인브랜드 '마리몬드'와 손잡고 위안부 할머니의 삽화작품을 디지털화해 한나패드에 적용한 후 판매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1회용 생리대로 인해 생명이 탄생하는 고귀한 과정이 평가절하 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월경은 생명 탄생을 위해 꼭 필요한 고귀한 과정입니다. 한번 쓰고 버리는 1회용 생리대 때문에 더러운 것으로 여겨진 월경의 고귀한 면이 면 생리대를 통해 재조명됐으면 합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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