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향하는 日군국주의…학계반발에도 '대학군사연구' 지원박차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학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학 등 민간연구기관에 대한 군사연구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달 안에 내각부 산하에 전문가들의 모임인 '안전보장과 과학기술의 연구회'를 발족시킬 계획이라고 5일 보도했다.
이 연구소는 정부 부처 내에서 추진할 만한 '군민양용기술'을 찾는 역할을 한다. 군민양용기술은 군사에 전용할 수 있는 대학과 민간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를 뜻한다.
여러 연구자가 참가하기는 하지만 연구소가 내각부에 설치되는 데다 결과물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의장인 '종합과학기술 혁신 의회'를 통해 정책화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학의 학문 연구 방향에도 군국주의를 반영,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다.
연구소는 자민당 내 국방통의 요청으로 설립됐으며 멤버에는 군민양용기술 추진을 주창해온 인사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015년 생긴 '안전보장기술 연구 추진제도'를 통해 첨단 무기나 군 장비 기술개발을 위해 대학과 연구기관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일본 정부는 특히 올해 방위성 예산에서 대학 등 연구기관에 첨단 무기나 군 장비 관련 기술 연구 지원비를 110억 엔(1천117억엔)이나 편성해 이 제도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본 학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당시 과학자들을 무기 개발 등에 동원한 바 있는데, 국가가 민간의 연구를 지원해 군사 기술에 적용하겠다는 시도가 과거의 군국주의로의 회귀라고 생각하기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호세이(法政)대, 간사이(關西)대 등 방위성의 연구 지원 신청을 금지했으며 일본 학술계의 국회로 불리는 일본학술의회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31일에는 '군학(軍學) 공동 반대 연락회'는 연구자 2천600명이 서명한 가운데 정부 지원 군사연구에 응모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연구회를 발족한 것은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안전보장기술연구 추진제도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방위성뿐 아니라 일본 정부 부처 전체에 대해 군민양용기술을 찾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학술의회가 4일 도쿄에서 개최한 공개포럼에서는 일본 정부의 안전보장기술 연구 추진제도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스토 야스시(須藤靖) 도쿄대 교수는 "안전보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기초연구는 믿기 어렵다"며 "제도에 응모하지 않도록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마사노리(福島雅典) 임상연구정보센터 센터장도 "정부의 군민양용은 역겨운 계략이다"며 "과학자는 인류의 미래에 무거운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학술의회는 태평양전쟁에서 과학자들이 전쟁에 동원돼 새로운 병기를 개발하는데 협력한 것에 반성하며 1950년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 연구에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성명을 냈으며 1967년 일본물리학회의 국제회의에 미군이 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문제가 되자 다시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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