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에서 추락한 伊로마시장…부패 추문으로 검찰 조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6월 로마 역사상 2천500년 만에 로마를 책임질 최초의 여성 수장으로 뽑히며 중앙 정치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비르지니아 라지(38) 시장이 취임 7개월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포퓰리즘 성향의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 소속의 라지 시장은 2일 오후 로마 검찰청에 불려가 8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그는 작년 12월 초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의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자신의 측근 라파엘레 마라의 동생 레나토 마라를 로마시 관광국장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하고 위증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라지 시장은 현재는 직위에서 해임된 레나토 마라의 임명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은 그가 동생의 임명을 청탁한 라파엘레 레나토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언론은 라지 시장이 또 다른 측근으로부터 작년 1월 3만 유로(약 3천700만원) 상당의 생명보험 계약 증서를 선물로 받았다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 그를 더욱 궁지로 몰았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전 로마시 정무 사무국 수장 살바토레 로메오가 라지 시장을 위해 거액의 생명보험 계약을 했다고 폭로한 잡지 에스프레소의 보도에 대해서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지 시장은 취임 직후 로메오 국장을 정무 사무국 수장으로 임명하며 그의 연봉을 기존보다 3배 올려 줘 논란을 빚었다.
라지 시장은 조사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생명보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새로운 의혹에 대해 부인한 뒤 "검찰 조사에서 모든 것을 해명했다"고 말했다.
라지 시장은 작년 지방선거에서 로마 역사상 첫 여성이자 최연소 시장으로 당선되며 오성운동을 대표하는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으나 취임 이후 거듭된 인사 참사와 시 조직 내부의 암투, 시청 고위 관리의 잇따른 사법 처리 등 추문에 휘말리며 시정을 제대로 꾸리지 못해온 탓에 인기도 빠르게 식었다.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며 기존 정치권의 부패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을 무섭게 파고들던 오성운동 역시 자당 소속 선출직 최고위 정치인인 라지 시장이 수사선상에 오름으로써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작년 12월 부결된 헌법 개정 국민투표 부결의 여세를 몰아 창당 7년 여 만에 집권당으로 올라선다는 청사진을 세운 오성운동은 내년 총선을 올해 상반기로 앞당겨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집권 능력의 시금석으로 평가되는 로마 시정의 실패는 지지율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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