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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주민 돕기는 부처님 가르침 따르는 것" 정호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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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주민 돕기는 부처님 가르침 따르는 것" 정호 스님

오산서 이주민센터 운영하고 불교계 이주민지원단체 모임 이끌어

"좋고 나쁜 건 없고 다를 뿐" "방치된 중도입국 자녀 문제 심각"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불교 법화경(法華經)에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이라고 있습니다. 늘 남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존중한다는 뜻으로, 멀리 지나가는 사람을 보아도 쫓아가서 절을 하며 예를 표시해 성불(成佛)했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유정(有情), 무정(無情) 할 것 없이 천지만물이 모두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다고 하셨는데, 하물며 피부 빛깔이 다르다고 똑같은 인간을 차별하고 무시해서야 되겠습니까."

불교 조계종의 다문화 관련단체 모임인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마주협)의 상임대표 정호(正浩·60) 스님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전법회관의 마주협 사무실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주민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대하는 것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佛子)의 의무일뿐더러 인간의 기본 상식"이라고 역설했다.

"산속에서 수십 년 동안 참선하는 것만이 깨달음을 얻고 성불하는 길이 아니죠. 어려운 이들을 돕거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공덕을 쌓아 성불할 수 있습니다. 석가모니의 제자들도 각기 저마다의 방식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 번뇌를 끊고 윤회의 사슬에서 벗어났죠. 이제는 한국 불교도 시대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변화해야 합니다."

1976년 약관의 나이로 양산 통도사로 출가한 정호 스님은 경기도 오산에서 30년째 대각포교원이라는 도심 법당을 운영하고 있다. 평택 만기사와 괴산 채운사 주지를 지냈으며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총무원 조사국장·호법국장·감사국장, 포교원 연구실장 등을 역임하며 종단의 종무행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가 이주민 돕기에 나선 것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얀마나 스리랑카 등 불교 국가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인근 교회에서 운영하는 이주민센터의 도움을 받으며 개종까지 하는 것을 지켜보다 못해 법당에 '행복한이주민센터'란 이름의 현판을 내걸고 외국인노동자, 결혼이민자, 중도입국 자녀 등의 지원에 나섰다.

사단법인 나눔과비움을 설립해 중도입국 자녀를 위한 대안학교도 운영하고 있으며, 오산시의 지역아동센터를 위탁 운영하며 다문화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다.

"센터 개설 초기와 달리 이제는 임금체불이나 인권 침해 등의 사례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지금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부모를 따라, 혹은 먼저 정착한 부모의 초청으로 한국에 건너온 이들 가운데는 한국말을 못해 친구가 없고 생업에 바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내몰린 형편이죠. 학교에 입학하려면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다행히 입학했다 해도 적응 못하기 일쑤죠. 국가가 입국을 허용했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학령기 자녀들을 교육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안 됩니다."


2006년 3월 출범한 마주협은 오산 행복한이주민센터, 김포 마하이주민지원센터, 안양 다문화가족쉼터 등 18개 회원 단체와 12개 준회원 단체(이주민 법당)로 구성돼 있다. '마하'(摩訶)는 '위대하다', '크다', '뛰어나다'란 뜻의 불교 용어. 고용노동부에 등록된 비영리 민간단체로서 불교적 색채를 너무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불교계에서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단어라고 생각해 이름 붙였다고 한다.

회원 간 정보 공유를 비롯해 이주민 쉼터 개설 지원, 이주민 법당 운영 지원, 이주민 축제인 '어울림 한마당' 개최, 정책 토론회 개최, 이주민 문화체험 프로그램 운영, 회원 단체 실무자 워크숍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6월 정호 스님이 임기 2년의 상임대표로 선출된 이후에는 '이주민 불교공동체 조사 연구'에 나서 미얀마·스리랑카·태국·캄보디아·네팔·베트남·몽골·방글라데시 출신을 위한 이주민 법당 실태를 점검하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종단이 사업비만 지원하고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아 단체 운영이 매우 어렵습니다. 저를 포함한 5명의 공동대표가 운영비를 보태고 각계의 후원을 얻어 힘겹게 꾸려가고 있는 형편이죠. 그래도 총무원장 자승 스님께서 관심을 보이며 어울림 한마당에 해마다 참석하고 격려금도 주시긴 하지만 종단 차원의 지원이 아쉽습니다."

정호 스님이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일은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 열심히 활동하던 단체가 운영을 중단하거나 실무자들이 초기의 열정을 잃고 떠나는 것. 그동안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가 물거품이 되거나 소중한 인적 자원이 유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정호 스님은 해마다 이맘때 신도들에게 입춘방(立春榜)을 선물하는데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처럼 행운을 기원하고 복을 비는 문구가 아니라 교훈으로 삼을 만한 글귀를 적어준다. 올해는 한글로 '좋고 나쁜 것은 없다. 다만 다를 뿐이다'라고 써주고 있다.

"신도들에게 이주민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늘 강조합니다. 우리도 다른 곳에 가면 이주민이거든요. 우리는 남을 대접하는 대로 과보를 받게 됩니다. 상대가 괴로우면 나도 괴롭고, 남이 즐거워야 나도 즐거운 법입니다. 우리나라로 건너온 이주민은 노동생산을 통해 산업을 떠받치고 문화교류를 통해 사회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적도 있지만 그것은 외국인이어서가 아니라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성숙한 인간이기 때문이죠."

정호 스님은 이주민과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자긍심을 갖고 당당하게 행동하라"고 당부한다. 스스로 주눅이 들거나 위축된 태도를 보이면 무시당하게 되고, 떳떳하게 행동하면 상대방의 존중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hee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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