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성 조사·기본계획 수립 통합해 발주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앞으로 서울시가 발주하는 공공사업에서는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수립' 같은 검증 절차가 하나로 통합된다.
시는 이달부터 이 같은 방침을 적용토록 하는 지침을 최근 각 발주 부서에 내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500억원 이상의 시 발주 건설 공사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기본구상→타당성 조사→기본계획 수립→기본 설계→실시 설계→착공'의 순서로 이뤄졌다.
이 같은 과정은 2013년 시가 외부 컨설팅을 맡긴 결과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분리하라는 권고를 받으면서 2015년부터 진행됐다. 사업 시행이라는 '목표'를 정해두고 검증하지 말고, 더 꼼꼼하게 사업을 들여다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과정은 사실상 중복되는 용역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시 관계자는 "두 용역은 관련 계획을 조사·검토하고, 경제성과 재무를 분석하는 등 그 내용이 80%가량 겹친다"며 "최근 3년간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을 따로 발주하면서 40%의 예산이 더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혈세를 더 들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과정을 반복하는 통에 사업 자체가 늦어진다는 부작용도 일어났다.
최근 3년간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을 따로 발주했더니 평균 15.6개월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통합할 경우 8.4개월이면 되는 것으로 나타나 2배 차이가 났다.
시 관계자는 "결국 각각의 용역에 대한 방침을 결정하고, 입찰 공고를 내고,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1년 이상 사업이 지연된다"며 "각각의 용역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2년 가까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에 따라 500억원 이상 사업 등에 대해서는 행정2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꾸려, 위원회의 결정이 있으면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을 통합해 발주하기로 했다.
반면 500억원 이하 사업 등은 타당성 조사 이후 곧바로 기본 설계 용역에 들어갈 방침이다. 대신 기본 설계 용역 단계에서 타당성 조사와 겹치지 않는 내용으로 기본계획 수립 과정을 넣겠다는 것이다.
시는 이렇게 하면 2개의 용역을 발주하고 진행하는데 드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최대 1년까지 사업 기간이 줄어들고, 그에 따른 비용도 아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을 함께하더라도 타당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사업을 도중에 중단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경제성 등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진행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