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강현실과 핀테크가 바꾼 춘제 세뱃돈 문화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의 올해 춘제(春節·설) 기간 훙바오(紅包·세뱃돈) 풍습은 예년과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 있다. 모바일 핀테크로 인터넷 훙바오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서 스마트폰으로 허공을 훑으며 증강현실(AR) 훙바오를 찾고 있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찾기 어렵지 않다.
훙바오를 나누는 것은 것은 중국인들이 서로에게 축복과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의 새해 풍습이다. 하지만 4년전 중국에 '전자 훙바오'가 등장한 이후 친척 이웃간에 소액의 돈을 넣은 빨간 봉투를 나누던 전통 훙바오 풍습은 사라지고 있다.
이제 중국인들은 알리페이(지푸바오<支付寶>), 웨이신(微信·위챗) 페이 등 모바일 결제수단으로 가족, 친지들에게 인터넷 훙바오를 보내고 있고, 여기에 단체 훙바오 보내기(群紅包), 훙바오 빼앗기, 훙바오 복권 등 새로운 전달법도 생겨났다.
이런 기반에서 훙바오 풍습이 다시 업그레이드됐다. 알리바바와 텅쉰(騰迅·텐센트)이 선보인 AR 기술을 이용한 훙바오 찾기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다.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시스템 알리페이는 춘제를 앞두고 작년 지구촌을 달궜던 AR 게임 '포켓몬고'를 본떠 'AR 홍바오'라는 훙바오 찾기 게임을 내놓았다.
'훙바오 숨기기'나 '훙바오 찾기'를 실행한 다음 스마트폰 위치탐색 기능과 카메라 촬영 기능을 활용해 반경 500m내 특정 지점의 물체 밑에 숨겨진 가상 훙바오를 찾을 수 있도록 한 게임이다.
텅쉰도 올해 춘제 기간 모바일 메신저 QQ를 통해 '톈장(天降) 훙바오'라는 AR 훙바오 게임을 출시했다. 반경 120m 이내에 접근하면 '재물의 신'이 내려와 내미는 세개의 봉투 가운데 훙바오가 든 봉투를 고르는 게임이다.
이 새로운 '훙바오 놀이'는 특히 젊은층으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QQ가 춘제를 앞두고 내놓은 '톈장 훙바오', '훙바오 긁기'(刷一刷) 등 게임에 모두 3억4천200만명이 몰려 모두 37억7천700만개의 훙바오가 나눠졌는데 이들 참여자의 68%가 10∼20대였다.
가정에서 설을 지내는 풍습도 다소 바뀌었다. 춘제 기간 고향에 내려간 한 황(黃)모씨는 "예전 춘제 전야에는 가족끼리 훙바오 받기만 열심이었는데 올해는 모두가 훙바오 찾기 놀이를 즐기며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늘었다"고 전했다.
이런 새로운 훙바오 풍습은 오프라인 상가에도 흘러들고 있다. 일부 백화점과 쇼핑몰은 상점에 대량의 AR 훙바오를 숨겨놓고 고객들을 특정 지점에 끌어들어 체류 시간을 늘리는데 활용되고 있다.
중국 업계에서도 포켓몬이나 AR훙바오 등은 일반인들이 AR에 익숙해지기 위한 전초 단계로 AR에 익숙해지면 앞으로 전자상거래 판매 영업 등으로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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