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워진 전남도 정례조회' 이낙연 지사 리더십 실험
청렴도 꼴찌 평가 후 조직 분위기 개선 시도…직원 평가 '긍정적'
(무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전남도청에서는 매월 초 정례조회가 열린다.
정례조회라는 이름부터 무거운 데다 '교장 선생님 훈화'를 연상하게 하는 지사의 지시까지 쏟아지니 직원들이 반길 리 없다.
꼼꼼하기로 소문 난 4선 국회의원 출신 이낙연 전남지사의 중저음에 질책성 훈계가 실릴 때면 거부감은 더했다.
3일 오전 도청 왕인실에서 열린 정례조회에서는 이같은 과거 분위기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시쳇말로 한층 말랑말랑해졌다.
이달의 칭찬 직원에 선정된 2명이 밤낮없이 청사를 지키는 청원경찰과 같은 국 팀장을 각각 추천하는 칭찬 릴레이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칭찬 직원 시상 후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 지사는 소속 부서 팀장을 추천한 직원에게 '안전한 방법'을 선택했다고 평가해 웃음을 유도했다.
이 지사는 부하 직원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도 넌지시 부각했다.
6급 이하 직원 100명에게 선착순으로 '또라이들의 시대'라는 책을 선물한 사실을 소개했다.
또라이들의 시대는 원제 '부적응자의 경제학'(The Misfit Economy)이라는 미국 책을 우리 말로 번역하면서 알기 쉽고 재미있게 붙인 제목이다.
해적, 컴퓨터 해커, 갱단 두목, 마약 판매조직원, 거리 예술가, 사회 운동가 등 '아웃사이더'들이 성공하거나 재기한 비결을 엮은 책으로 이 지사가 설 연휴 인상 깊게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밤 부서와 직급을 섞어 갑자기 자리를 만든다는 의미의 '섞어 번개팅'도 언급하며 참석한 직원 11명을 호명하기도 했다.
"분위기도, 기분도 매우 좋았지만 과음해서 살짝 후회된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약속도 했다.
"스스로 역량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각자 위치에서 능력을 발휘해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이 지사가 정례조회에서 보여준 '변신'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전남도가 꼴찌를 차지한 뒤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겠다는 '각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선거(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온 것 같다"는 일각의 냉소도 있지만 대체로 도청 안팎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정례조회 후 청사 주변 흡연 구역에서도 이를 두고 직원들의 대화가 오갔다.
"조회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는 한 직원의 말에 다른 직원은 "예전에는 혼나는 기분이었는데…"라고 동의했다.
또 다른 직원은 "그래도 상사랑 밥을 자주 먹는 것은 싫다"며 "보여주기인지, 리더십이 바뀐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다"고 평가를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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