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규모 18% 그쳐 "매력 없다" 반응…매각조건 바꿀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도시바가 창업 이래 최대 위기를 돌파하려고 추진하는 반도체사업회사 지분 매각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주력인 반도체사업을 분리해 설립할 신설회사의 주식을 파는 입찰을 이번 주 실시할 예정이지만, 캐논과 도쿄일렉트론 등 거래기업에 이어 애초 관심을 보였던 구미의 펀드들도 입찰 참여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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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신중한 반응은 도시바가 지분 투자자를 이달 말까지 결정하려 하면서 투자판단에 시간이 촉박한데다, 매물로 나온 지분도 18% 가량에 불과한 데 따른 것이다.
아사히는 "투자펀드들이 '20% 미만의 주식을 취득하면 경영에 관여할 수 없어 매력적이지 못하다'며 입찰 참여를 외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경영에 참여해 배당 등을 통해 단기에 투자이익을 회수하려는 투자펀드들의 속성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시바가 매각할 주식의 비율을 올리는 등 매각 조건 변경에 내몰릴 수 있으며, 그마저도 쉽지 않다면 주거래은행이나 산하에 펀드를 두고 있는 정부계 일본정책투자은행에 매달릴 가능성도 있다고 아사히는 전망했다.
도시바가 주식을 팔려는 것은 미국 원자력발전 건설사업에서 7천억엔(약 7조1천3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보면서 다음달 말 2016회계연도 결산에서 채무초과 사태를 맞을 수 있어서다. 반도체사업 분사와 동시에 지분 18%를 팔면 2천억엔(약 2조370억원)을 확보, 채무초과를 피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도시바는 2015년 회계조작이 발각된 뒤 구조조정을 단행하다 반도체 호황 덕에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했지만, 최근 미국 원전사업에서 거대한 손실을 보며 80년 역사를 가진 그룹이 해체될 수 있다는 위기설까지 돌고 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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