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사 차량에 갇힌 초등생 수사관들이 구한 사연
같이 왔던 17세 동네 형 '무면허' 재판받다 구속…자칫 큰 사고 날 뻔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법원에 간 동네 형이 재판을 받다가 구속된 뒤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갔던 초등학생 동생이 3시간가량 차 안에 갇혔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2일 창원지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후 6시 10분께 특수부 소속 강모·박모 수사관은 퇴근길에 청사 민원실 앞을 지났다.
평소라면 무심히 스쳐 지나갔을 법하지만 어떤 소리가 두 수사관의 발길을 붙잡았다.
수사관들이 뒤를 돌아보니 소리는 민원실 앞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났다.
시동이 꺼진 승용차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자 아이가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채 문을 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두 수사관은 아동이 잠금 장치를 해제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을 알아차리고 먼저 '구해줄테니 안심하라'고 다독였다.
그러고 나서 잠금 장치를 해제하는 방법을 천천히 설명해줬고, 아이는 수사관들이 발견한 지 20여분 만에 차량에서 나왔다.
아이는 장시간 추위 속에서 떨어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다행히 병원으로 옮겨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수사관들이 확인한 결과 아이는 창원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A(11·5학년)군이었다.
A군은 이날 오후 아는 동네 형이 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니 같이 가자고 해서 함께 차를 타고 왔다가 형이 돌아오지 않자 3시간가량을 사실상 갇힌 상태로 있었다.
수사관들은 A군이 동행한 형의 이름과 연락처를 기억해내지 못하자 차 안에 있던 통장을 통해 이름을 파악한 데 이어 법원 당직실에서 재판 내역을 조회한 뒤에야 형의 신원을 확인했다.
형은 만 17세 B군으로 지난해 적발된 무면허 운전 2건으로 이날 선고 재판을 받으러 왔다가 부산소년원에 구속 수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B군이 구속된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A군의 존재를 알려야 했지만, 그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군 진술에 따르면 결국 B군은 무면허로 재판을 받으러 가던 길에 또 무면허 운전을 한 셈이다. 운전면허를 따려면 만 18세가 돼야 한다. 차량은 아빠 이름으로 렌트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수사관은 이후 경찰에 연락해 A군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도록 조치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자칫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는데, 수사관들이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신속히 대처한 덕분에 아이를 무사히 귀가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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