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민자를 받지 않았다면…지금 세상에 없을 책들
'롤리타'·'전체주의의 기원'·'거대한 전환'·'조지 시리즈' 등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우려와 분노의 목소리가 미국은 물론 세계로 퍼지고 있다.
반이민 행정명령을 계기로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이민자들이 이룬 위대한 성취를 주목하고 이를 재조명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나치 박해를 피해 이주했던 유대계 작가들부터 베트남 보트피플까지 미국 망명자들이 미국에 건너와서 쓴 '위대한 책' 25권을 최근 소개했다.
그들의 시대에 트럼프 대통령과 반이민 행정명령이 있었다면 지금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책들이다. 상당수 책은 우리나라에도 번역돼 나왔다.
걸출한 작품을 남긴 작가 중에는 나치 박해를 피해 이주한 유대계가 많다.
개구쟁이 꼬마 원숭이 조지를 주인공으로 한 '조지 시리즈'는 (원제 Curious George)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도 인기 있는 그림책 시리즈다. 독일계 유대인인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 부부는 나치를 피해 1940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조지 시리즈를 펴냈다. 사고뭉치 원숭이 조지는 나치 박해를 피하는 과정에서 구상한 캐릭터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 출신 사회철학·경제학자 칼 폴라니 역시 나치를 피해 1933년 영국으로 이주한 뒤 1940년 미국 버몬트로 건너왔다. 대학에 자리 잡은 그는 시장이 스스로 수요-공급을 조정한다는 '자기조정능력'을 비판한 고전 '거대한 전환'을 1944년 펴냈다.
독일의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 역시 유대인인 그가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후 10년 뒤인 1951년 출간됐다.
문학에서도 위대한 성과를 남긴 작품들이 많다.
독일 출신 작가 토마스 만의 소설 '파우스트 박사'도 미국 이주 후 탄생한 작품이다. 만 역시 나치를 피해 1933년 스위스를 거쳐 1939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소련 출신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볼셰비키 혁명을 피해 가족과 함께 유럽을 전전하다 1940년 미국에 정착했고 1955년 소설 '롤리타'를 펴냈다.
살바도르 아옌데 칠레 대통령의 문화 고문이었던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은 아옌데가 쿠데타로 사망하면서 1973년 미국으로 망명했고 1990년 희곡 '죽음과 소녀'를 발표했다.
최근에도 여러 사유로 미국행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작가들의 작품이 나오고 있다.
2007년 출간된 이스마엘 베아의 '집으로 가는 길'(원제 A Long Way Gone)이 있다.
시에라리온 출신인 베아는 12살의 나이에 소년병이 됐다. 1997년 유니세프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해 소년병의 눈으로 전쟁을 바라본 작품을 써냈다.
캄보디아 출신 바데이 라트너는 크메르루주 체제에서 4년간 강제 노동과 기아를 겪으며 처형될 뻔했다가 1979년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탈출해 성공했다.
미주리 시골에 자리 잡은 그는 2012년 자전적 소설 '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원제 In the Shadow of Banyan)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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