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입불상 소유권분쟁 '2라운드'…법원, 인도절차 '일단 정지'
법원, 검찰이 낸 '강제집행정지' 신청 인용…당분간 문화재청에서 보관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법원 판결에 따라 설 연휴 이후 600여년 만에 고향인 충남 서산 부석사로 인도가 예상됐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운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부를 대리해 재판에 참여한 대전고등검찰청이 이번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낸 강제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훼손 및 도난 우려' 등을 이유로 항소와 함께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에 이유가 있다고 보고 이를 받아들였다.
상급 법원인 대전고등법원도 아닌 1심 재판부가 속한 대전지방법원 내 다른 재판부가 이런 결정을 내리면서 향후 항소심 결과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마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게 이번에 나온 '서로 다른 결정'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금동관음보살좌상 인도 청구소송에서 대전지법 민사 12부가 원고 청구를 받아들인 데 대해 검찰이 즉시 항소하면서 강제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냈다.
당시 재판부는 일본 쓰시마섬 한 사찰에서 도난돼 한국으로 반입된 불상을 원래 소유주로 알려진 서산 부석사로 인도하라고 판결하면서, 검찰 항소 여부와 관계없이 불상을 사찰 측에 즉시 인도할 것도 주문했다.
대법원에 가서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즉각 불상을 부석사에 인도하라는 가집행(강제집행)도 명한 것이다.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즉각 항소와 함께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검찰은 부석사로 즉각 인도할 경우 도난 및 훼손, 상급심 판결 번복 시 재인도 난항 우려 등 여러 부작용을 거론했다.
또 1심 재판 과정에서 일본 측의 참여가 충분하지 않았던 점 등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도 고려됐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 확정 전 먼저 인도하면 불상 훼손 등이 우려된다"며 "나중에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을 때 불상을 내놓지 않거나 숨기면 회수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여러 부작용을 우려해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훔쳐온 장물을 우리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국가 입장에서 볼 때 모호한 점이 있다"며 "물론 애국심 측면에서는 돌려주기 싫은 게 당연하지만, 법리적으로 볼 때 부석사가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신청을 인용한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가 도난·훼손 우려 여부와는 상관없이 '부석사에 소유권이 인정되는 만큼 확정판결이 나기 전에라도 돌려주라'고 판시한 것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불상이 보관된 문화재청 등과 인도 시점 등을 협의해 오던 부석사 측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부석사 주지인 원우 스님은 "상급 법원도 아니고 같은 법원에서 다른 결정을 내려 당황스럽다"며 "변호사와 협의해 법대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석사 측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불상은 국가(문화재청 위탁 보관)가 보관하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애국심으로 보면 일본에 주기 싫지만 일단 한국의 사법체계가 공정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검찰도 그런 입장"이라며 "항소심에서는 1심 결과에 억울해하는 일본 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주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교적으로 봤을 때도 공정하게 하는 게 맞다"며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높이 50.5㎝, 무게 38.6㎏인 불상은 1300년대(14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1973년 일본에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부석사는 쓰시마(對馬)의 한 사찰에서 절도범에 의해 도난당한 뒤 한국으로 반입된 이 불상을 부석사로 인도하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소송을 대전지법에 제기했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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