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연근해어업…44년 만에 생산량 100만t선 붕괴
30년 전의 절반…수산자원 회복 위한 특단 대책 시급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우리 연근해어업이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생산량이 44년 만에 100만t 아래로 떨어졌고 최대를 기록했던 1986년의 173만t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났다.
연근해어업 생산량 감소는 조선, 어구제작, 유통, 가공, 판매 등 연관 업종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데다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생산량 감소는 수산자원량이 줄어든 것이 근본 원인이다.
현재 연근해 자원량은 1970년의 약 60% 수준에 불과해 이를 회복시키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 '감소세 고착화, 생산기반 붕괴' 불안감 확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해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2015년보다 12.7%나 줄어든 92만3천t에 그쳐 1972년 이후 44년 만에 100만t 선이 무너졌다고 1일 밝혔다.
생산량 100만t은 연근해어업의 위기를 상징하는 하한선으로 여겨진다.
연안어업 생산량은 전년 대비 4.3%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근해어업 생산량이 15.7%나 줄어 전체 연근해어업 생산량 감소를 주도했다.
2012년에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다가 지난해 큰 폭으로 줄어 이런 추세가 고착화하고 생산기반이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의 연근해어업 생산량 감소 패턴이 본격적인 하락 국면으로 전환된 1996년 이후의 패턴과 유사해 어업인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해양수산개발원은 밝혔다.
게다가 연근해어업 생산금액마저 4년 연속 정체해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생산량이 줄더라도 가격이 올라 생산금액이 일시 감소한 뒤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생산량 감소가 생산금액과 어업소득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연근해어업 생산금액은 2012년에 큰 폭으로 감소한 이후 4년 연속 3조 7천억원대에서 머물렀다.
◇ 밥상물가에 영향…소비자 부담 증가
연근해어업 생산량 감소는 어떤 결국 어떤 형태로든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신선 어개류(조개와 물고기류) 소비자물가지수는 최근 5년간 3.1% 올라 전체 물가지수 상승률(1.0%)을 크게 웃돌았다.
2016년 12월에는 전년 동월보다 생활물가가 1.2% 상승한 것에 비해 신선 어개류는 5.1%나 올라 전반적인 생활물가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연근해어업 생산량 감소는 어업인과 소비자 모두의 시름을 깊게 하고 나아가 유통·가공 물량 감소 등으로 관련 산업에 연쇄적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 '더 빨리 더 많이 잡자' 어선 대형 고성능화 경쟁으로 어자원 감소
1972년 이후 44년간 어선과 어업기술이 발전하는 속에서 연안어업과 근해어업은 상반된 구조변화를 보였다.
연안어업의 생산량은 이 기간에 66만t에서 26만t으로 줄어든 반면 근해어업은 29만t에서 66만t으로 늘었다.
이 기간 근해어선이 791척에서 2천630척으로 급증했지만 연안어선은 6만5천702척에서 4만2천242척으로 감소했다.
어선의 규모와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엔진 마력수는 근해어선은 총 17만1천 마력에서 179만5천 마력으로, 연안어선은 총 33만2천 마력에서 841만3천 마력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더 빨리 더 많이 잡자'는 경쟁이 수십 년간 이어지면서 수산자원이 감소한 탓에 어선은 대형화·고성능화하고 조업기술도 발달했으나 생산성은 오히려 크게 낮아졌다.
근해어업의 어선 척당 생산량은 1972년 370.3t에서 2016년에는 251.6t으로 감소했다. 연안어업에서도 이 기간 10.1t에서 6.2t으로 줄었다.
◇ 어선 감척 등 과감한 구조조정, 어린 물고기 남획 방지 대책 필요
연근해 수산자원 감소의 근본 원인은 장기간에 걸쳐 재생산 능력을 뛰어넘는 과도한 어획에 있다.
특히 어린 물고기 남획으로 '바닷속 저출산'의 악순환을 낳았다.
폐어구에 물고기들이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는 '유령어업', 중국어선들의 불법어업, 기후변화 등도 수산자원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수산자원의 재생산 능력에 맞춰 과감한 구조조정과 어획능력 삭감을 추진해야 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어선 감척 사업이 진행됐지만 수산자원의 재생산 능력과 비교하면 미흡한 수준이었다.
해양수산개발원은 어선 척당 생산량을 44년 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대규모 감척 등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근해어선은 현재 2천630척에서 1천787척으로, 연안어선은 4만2천242척에서 2만6천914척으로 각각 줄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100만t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어린 물고기를 주원료로 하는 생사료 사용량은 2015년에만 47만t에 달했다.
그만큼 어린 물고기들이 남획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생산비용을 이유로 생사료에 기반을 둔 양식업을 지속하는 것은 어린 물고기의 재생산 기회를 박탈해 연근해 수산자원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속가능한 양식업을 추구하는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어서 배합사료 사용 의무화, 생사료 사용에 대한 환경부담금 부과 등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해양수산개발원은 주장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폐어구로 말미암은 유령어업으로 연간 어획량의 약 10%, 4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폐어구 수거 비율은 15%에 그쳐 연근해에 쌓이는 폐어구가 갈수록 늘고, 유령어업 피해도 증가하고 있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어구관리법'의 조속한 제정과 강력한 시행을 통해 어구 생산 등록, 판매 신고, 어구 실명제, 사용량 신고, 폐기 금지 및 수거 의무화, 폐어구 집하장 확대와 신속한 처리 시스템 구축, 생분해성 어구 보급 확대 등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 중국어선 불법조업만 막아도 최대 65만t 자원손실 막아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으로 인한 수산자원 손실이 최소 10만t에서 최대 65만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조직화·흉포화하는 중국어선들의 싹쓸이 불법조업에 대한 효과적이고 신속한 단속역량이 부족하고 실효적 대응 또한 미흡하다고 해양수산개발원은 지적했다.
연근해 수산자원 고갈을 막고 해양주권을 수호하는 측면에서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어선들의 조업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갖추고, 항공기를 활용한 단속 시스템을 도입해 적발된 불법 어선 증거 채집을 위해 친환경 페인트를 살포하는 등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중 양국의 공동단속 강화, 단속반 교차 승선, 수산자원 공동연구를 통한 보호구역 설정, 어업협상 강화를 위한 중국 어업실태와 정책 연구, 어업인단체 민간교류 확대, 고위 외교채널 통한 중국의 책임 있는 대응 요구 등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수산자원 회복 위한 정부의 의지와 어민 참여 중요…수산자원관리 직불제 도입해야
수산자원 감소를 불러오는 주요 요인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해양수산개발원은 강조했다.
눈앞의 현상에 더는 밀리지 않고 수산자원 회복을 우선으로 추진해 지속가능한 어업이 이뤄지도록 강력한 집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
어민들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수산자원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한계 상황에 직면한 어업인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하는 여건 마련도 필요하다.
휴어제를 비롯해 어구 수 제한, 조업일수 제한 등을 포함한 자율적 어획량 감축과 자원관리 강화에도 어민들이 경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하는 종합적 수산자원관리 직불제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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