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GMO 표시제 시행…'완전표시제' 논란 여전
"알권리 위해 원료 기준 표시해야" vs "가공식품 원가상승 유발"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GMO 완전표시제 필요한가, 시기상조인가'
정부가 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 범위를 확대했으나, '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럽처럼 GMO 원료를 사용한 가공식품 모두에 대해 GMO 표시를 의무화하자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식품업계에서는 현 사회 분위기상 실익은 없고 물가만 높아질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GMO를 많이 사용한 식품에만 GMO 표시를 하던 지금까지와 달리 원재료 함량과 상관없이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GMO로 표시하게 한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이 4일부터 시행된다.
지금까지는 식품을 만들 때 쓰인 모든 원재료의 함량을 기준으로 5순위 안에 유전자변형 농산물이 들어있지 않으면 GMO 표시를 하지 않았다.
새 기준은 식용유와 당류는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했다. 열처리, 발효, 추출, 여과 등 고도의 정제과정으로 유전자변형 DNA 성분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에는 GMO로 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품을 만들 때 미량으로 들어가는 부형제, 안정제, 희석제에 대해서도 역시 GMO 여부를 따지지 않기로 했다.
식약처는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Non-GMO', '비(非)GMO', '무(無)GMO' 등의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표시는 원료가 GMO 표시 대상일 때만 가능하다.
즉, 우리나라가 수입하고 GMO 표시 대상으로 지정한 대두, 옥수수, 유채, 알팔파, 면화, 사탕무 이외의 작물은 'Non-GMO' 표시를 할 수 없다.
이런 식약처의 새 표시기준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소비자의 알권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식품 표시 제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전자변형 콩을 써서 식용유를 만들었으면 GMO 식용유라고 알려주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GMO 표시가 없으면 원료가 GMO가 아닐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런 혼란을 주지 말자는 주장이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해 GMO를 원재료로 쓴 식품은 예외 없이 모두 GMO로 표시하는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요구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식품업계에서는 GMO 표시가 전면화될 경우 가공식품의 원가상승을 야기해 결국에는 소비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반박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GMO를 '위험한 식품'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식품업체들이 가격이 비싼 Non-GMO 원자재를 수입해야 할 텐데 그렇다고 식품의 질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며 "완전표시제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소비자 권익을 고려해 일단은 실질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범위에서 표시기준을 확대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GMO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도 GMO 표시가 필요한지에 대해 견해차가 큰 상황"이라며 "국내로 들어오는 GMO 작물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완전표시제 도입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withwi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