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추천' 주미얀마 대사, 내정 당시에도 '의혹'
외교부 국장 내정설 파다했으나 막판 삼성출신 유재경 발탁
당시 외교부, 배경 질문에 "인선과정 아는 바 없다" 모르쇠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가 31일 '비선 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는 사실을 특검 조사에서 시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 대사 임명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유 대사는 지난해 3월 주미얀마 대사로 내정됐으며, 아그레망(주재국의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 같은 해 5월 공식 임명됐다.
유 대사는 비외교관 가운데 공관장으로 발탁되는 이른바 특임공관장 내정 당시부터 발탁 배경에 궁금증이 제기됐었다.
당시 미얀마 대사에는 외교부 본부에서 근무하던 모 국장급 인사가 내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지만, 인사를 앞두고 막판에 삼성전기 전무 출신의 유 대사가 낙점됐기 때문이다.
당초 주미얀마대사로 거론되던 외교부 국장급 인사는 동남아 다른 나라의 대사로 발령 났다.
기존 외교관 출신의 이백순 주미얀마대사는 2013년 10월부터 재직하고 있었으며 통상 3년의 재외공관장 임기를 약 5개월 앞두고 유 대사에게 바통을 넘겼다.
유 대사 내정 당시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유 내정자가 시장개척 분야를 비롯해 해외근무를 오래 했고, 그런 부분들을 고려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발탁 배경이나 경로에 대해서는 "그건 제가 답을 못하죠.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라고 말했었다.
외교부는 유 대사가 최순실씨의 추천으로 대사로 임명됐다고 시인한 현 상황에서도 유 대사의 임명 배경에 대해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유 대사는 특임공관장이고, 특임공관장은 인사권자(대통령)가 비(非) 직업외교관에 대해 공관장 임명권을 행사하는 제도"라면서 "인선과정에 대해 외교부로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최순실씨 관련 비리 의혹이 제기된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다른 부처에서 주관했던 사업이기 때문에 외교부가 상세 내용을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는 한류 관련 기업을 현지에 진출시켜 신시장 개척, 한류 조성, 창조경제 진흥을 동시에 꾀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외교부가 최순실 파문의 '불똥'을 피하기 위해 유 대사의 임명과정에 대해 애써 함구하고 있는 것이거나 아니면 특임공관장 선임과 관련한 주무부처이면서도 철저히 배제된 채 단순히 인사결과를 발표만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청와대가 유 대사의 임명을 일방적으로 강행했을 경우라도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특임공관장으로 임용할 수 있다'는 외무공무원법상 특임공관장 제도 취지에 비춰 외교부와의 협의 과정이 실종된 것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 대변인은 다만 최씨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과 별도 사업으로 미얀마 정부가 미얀마 컨벤션센터 건립사업 무상원조 지원을 요청해온 적이 있다면서 사업 타당성이 결여된 것으로 판단해 '사업 불추진'을 결정하고 이를 미얀마 정부 측에 통보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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