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안, 경제 짓누른다' 치킨집 등 자영업에 치명타(종합)
한은, 주요 정치사건의 실물경제 영향 분석…"서비스업은 회복도 느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과거 대통령 선거나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됐을 때 서비스업의 타격이 유독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음식점 등 서비스업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3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는 서비스업, 설비투자, 민간소비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나 3분기 이후에는 그 영향이 점차 소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한은은 1990년부터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까지 8개의 굵직한 정치적 사건이 고용, 생산 등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노태우 정권 시절 수서 택지비리(1990년 10월∼1991년 3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 비리(1997년 6∼1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2002년 6∼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통과 및 기각(2004년 3∼5월), 이명박 대통령 정권 당시 소고기 수입 반대(2008년 4∼6월) 등이 포함됐다.
과거 사례를 보면 고용 및 산업활동은 정치적 불확실성의 확대 기간 이후 1∼2분기에 걸쳐 위축되다가 3분기부터 점차 회복되는 'U자'형 패턴을 보였지만 서비스업은 회복속도가 느렸다.
한은은 "산업생산의 경우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둔화 폭이 작았지만, 서비스업은 둔화 폭이 크고 회복속도도 다소 더딘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서비스업의 생산증가율은 주요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기 1∼2분기 전에는 평균 4.6%를 보였지만 사건 이후 1∼2분기에는 평균 0.9%를 나타냈다.
서비스업의 생산증가율이 약 5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생산증가율은 사건 이후 3분기에는 0.8%로 더 떨어졌고 4분기가 돼서야 1.6%로 올라갔다.
서비스업에는 의료, 금융과 음식·숙박업, 부동산임대업, 도소매업 등이 포함된다.
또 서비스업의 생산증가율은 정치적 사건이 터지고 나서 4분기를 거칠 때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반면 제조업의 생산증가율은 정치적 사건 1∼2분기 전에 평균 7.2%에서 사건 이후 4.8%로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고 사건이 발생한 후 3분기부터 반등세를 보였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고용에도 작지 않은 충격을 줬다.
전체 취업자의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은 사건 1∼2분기 전에는 2.1%를 기록했지만 사건 이후 1∼2분기에는 평균 1.2%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증가율은 0.7%에서 -1.4%로 떨어졌고 임시일용직은 1.5%에서 -1.2%로 하락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의 경우 5.4%에서 3.7%로 1.7% 포인트 낮아졌고 설비투자 증가율(6.2%→1.9%)은 하락 폭이 더 컸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사건 발생 이후 4분기에 4.3%까지 올라갔지만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한은은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민간소비와 연관성이 깊은 음식숙박, 도소매 등 전통 서비스업과 이들 업종에 주로 종사하는 임시일용직과 자영업자에 미친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고 회복속도도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 비중이 높아 해외 여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제조업, 정부 정책과 연관성이 높은 건설투자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계가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작년 11월 터진 '최순실 게이트'도 과거 정치적 사건들처럼 한국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더구나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 변수와 맞물려 경제의 악영향을 키울 수 있다.
한은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가운데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속도 등 리스크(위험) 요인이 현재화될 경우 경제 심리 및 실물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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