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난민심사 개선' 인권위 권고 대체로 수용안해
"난민신청자 ⅓ 심사없이 입국거부" vs "국경관리체계 붕괴 우려로 신중해야"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한 사람 3명 중 1명이 심사조차 못 받고 강제송환되는 상황을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법무부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31일 인권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인권위가 지난해 난민과 관련해 권고한 5개 항목 가운데 3가지 핵심항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불수용 통보 했다.
이들 핵심 권고는 ▲ 난민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한 신청자를 빼고는 모두 난민인정 심사를 받을 수있도록 하라는 것 ▲ 심사를 못 받게 된 신청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 ▲ 심사를 못 받아 소송을 낸 신청자의 처우를 보장하라는 것 등이다.
인권위가 법무부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3∼2015년 출입국항에서 접수된 난민 인정 신청 중 난민인정 심사에도 부치지 않은 비율은 33.9%에 이른다.
이들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입국할 수 없어 자칫 본국 등 박해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강제송환될 우려가 크다.
인권위는 이처럼 심사조차 없이 난민 인정 신청자를 강제송환하는 것이 유엔난민기구 집행위원회의 결정에 어긋나며 난민협약 33조와 난민법 3조 위반 우려도 있다고 봤다.
실제로 유엔난민기구는 한국 정부에 '난민인정 심사에 부칠지 결정하는 기준 대부분은 난민인정 심사 절차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일부 기준을 보고 심사에 부칠지 말지를 결정하지 말고, 일단 심사에 회부해 심사 과정에서 판단하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신청자가 받게 될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피해의 위험을 고려하면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형식적 요건만 맞으면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불회부 사유를 형식적 요건 위주로 최소화하면 이를 악용해 국경관리체계를 무너뜨릴 우려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는 심사 불회부 결정에 이의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는 권고와 불회부 결정 취소소송 제기자의 처우를 보장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도 "심사의 신속성·효율성 저해", "남용 우려" 등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신청자를 심사에 부치지 않겠다는 통지서를 다양한 언어로 작성하라는 권고와 신청자가 머무는 공간인 출국대기실의 관리·운영 책임을 명확하게 하라는 권고는 수용하기로 했다.
정상환 인권위원은 인권위 상임위원회에서 "권고의 핵심은 형식적 요건만 따져서 난민이 아닌 게 명백하지 않다면 심사에 부치라는 것"이라며 "법무부는 수용이 어렵다고 했으나 이는 유엔의 권고와 뚜렷하게 상반된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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