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도 골든타임 중요해"…건대에 국내 첫 동물응급센터
실무총괄 한현정 교수 "사명감 느끼며 응급실서 일한다"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우리 동구(반려견)가 갑자기 숨을 쉬지 않아서 병원에 데려가려 했는데 밤이라서 모두 문을 닫았어요."
서울 송파구에 사는 A씨는 10년 동안 길렀던 반려견이 갑자기 숨을 쉬지 않자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야간에 문을 연 동물병원 응급실이 없어 결국 반려견의 숨이 끊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국내 인구가 1천만명에 달하지만, 이처럼 반려동물이 갑자기 아프거나 큰 사고를 당했을 때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건국대학교 동물병원은 지난해 말 국대 대학 최초로 야간·응급 진료를 담당하는 동물 응급의료센터를 열어 반려동물 골든타임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응급의료센터 실무를 총괄하는 한현정(38) 교수는 2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며 "사고뿐만 아니라 암이나 심장질환을 앓는 동물이 갑자기 이상이 생겼을 때는 바로 수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는 동물 응급의료 체계가 부실해 많은 반려동물이 골든타임 내 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는다"면서 "늘어난 반려동물 수만큼이나 동물 의료 분야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곳에는 한 살 된 리트리버(사냥용 개)가 화장실에서 생리대를 삼킨 사고로 혼수상태로 실려 오기도 했다.
한 교수는 "밤 11시에 응급실에 와서 새벽 4시까지 수술을 했고 무사히 퇴원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응급의료센터는 사고로 외상을 입은 반려동물부터 외부 병원에서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몸이 악화한 개나 고양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치료해 살려낸 경우가 빈번하다.
한 교수는 "만약 리트리버가 긴급수술을 바로 받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면서 "새벽 시간 동물 긴급수술을 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에는 24시간 동물병원 응급실을 찾아보기 어렵다. 설령 24시간 운영 동물병원이 있더라도 수의사 1명이 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술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건국대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동물 응급의료 체계 구축에는 갈 길이 멀다. 응급센터가 인력 문제로 24시간 365일 운영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센터도 현재는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만 운영된다.
한 교수는 "응급 전문의들은 남들 쉴 때 일 해야 하고 육체적으로 더 힘들어 의사나 수의사들이 모두 꺼리는 분야"라면서 "하지만 누군가는 사명감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설 연휴 때 응급의료센터가 공식적으로 문을 열지는 않지만 긴급한 수술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달려가려고 비상 연락망을 구축했다"면서 "동물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포기할 수가 없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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