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의 소방관이 화재 막는다'…인천 소방설비점검 앱 개발
투입 예산 '0'원·재능 총집합…화재예방 관심 고조 기대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APP)으로 화재를 막을 수 있을까?
인천지역 소방공무원 9명이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해 '다중이용업소 소방설비 정기점검 매뉴얼' 애플리케이션을 자체 개발해 이목을 끈다.
인천소방본부 예방안전과, 남동소방서, 남부소방서, 공항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인 이들은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지난 13일까지 4주간에 걸쳐 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돈은 한 푼도 들지 않았지만, 애플리케이션 디자인 기술과 영상 촬영 능력 등 각자의 재능은 총동원됐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노래방이나 주점 등 다중이용업소 업주나 직원 등 누구나가 업소의 소방설비를 직접 손쉽게 점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고 '소화설비' 항목을 선택하면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점검을 시연하는 동영상과 함께 설명이 나오는 식이다. 총 14개 항목에 동영상 분량은 7분 52초다.
강한석 인천소방본부 안전지도팀장은 "업소의 소방설비 점검은 화재예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작 업주들은 점검 방법을 몰라 외부업체에 맡기거나 점검을 도외시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풍조를 바꿔보고자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과거 다중이용업소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사고들은 점검 미비 등으로 소방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2012년 5월 5일 부산 부산진구 6층짜리 건물 3층 S 노래방에서 발생한 화재는 비상벨과 영상음향차단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탓에 9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하는 등 큰 사고로 번졌다.
업주들은 관련법에 따라 소방설비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지만 전문지식이 없어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방공무원들이 주요 업소 소방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지만, 인력부족 등으로 '화재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30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 기준 전국 다중이용업소는 17만9천88개소로 인천에만 9천918개소가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인천소방본부가 소방설비를 점검한 관내 업소는 1천190곳으로 전체 12%에 그쳤다.
인천소방본부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애플리케이션을 전국 소방서에 전파하는 한편 업주들을 대상으로 애플리케이션 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다중이용업소 관계 정기점검 매뉴얼'로 검색하면 누구나 무료로 설치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이 공개된 지난 19일부터 일주일간 다운로드 누적횟수는 500여 건으로 집계됐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업주들 스스로 재산과 생명을 지킨다는 의식을 가져야 대형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며 "이 애플리케이션을 계기로 화재예방에 관심을 쏟고 소방설비 점검을 실천해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tomatoy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