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투표 수사' 트럼프 제발등 찍나…'오른팔' 배넌 2개주 등록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의 대규모 불법투표 수사를 천명하자마자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자신의 '오른팔'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이 '투표 사기'에 연루됐다는 보도 때문이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와 영국의 가디언은 이날 배넌이 지난해 대선 때 뉴욕 주와 플로리다 주 등 2개 주(州)에서 유권자 등록을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도에 앞서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대대적인 투표 사기 수사를 요청하려고 한다"면서 "2개 주(州)에서 중복해서 유권자 등록을 한 사람들, 이미 사망했는데도 유권자 등록이 된 사람들" 등을 투표 사기의 예로 들었다.
배넌이 딱 걸린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배넌이 플로리다 주 유권자 등록을 포기하려 시도했으나 플로리다 주 선거관리위원회는 배넌 측의 요청을 받은 적도, 이를 추진한 적도 없다고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배넌은 지난해 대선 하루 전날인 11월 7일, 플로리다 주 새러소타 카운티 선관위에 편지를 보내 거처를 뉴욕 시로 옮겼으니 유권자 명부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새러소타 선관위 감독관인 론 터너는 이날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선관위 관계자 누구도 그런 편지를 받았다는 걸 기억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요청 서한을 받았다는 기록 자체가 없다고 선관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단순 착오이든 서류상의 문제이든 배넌의 2개 주 유권자 등록은 트럼프 대통령이 규정한 투표 사기의 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관련 보도에 아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후보를 보좌하던 배넌은 뉴욕 시 맨해튼에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그곳에서 대선 투표권을 행사했다.
새러소타 카운티 유권자로 등록된 집은 배넌이 극우 매체인 브레이트바트 뉴스를 운영할 때 알게 된 친구 앤디 배도라토의 것이다. 배넌은 플로리다 주에선 대선 투표를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에도 부정 투표 주장을 고수해 공화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불법투표로 이뤄진 수백만 장의 표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가지 않았다면, 자신이 선거인단 투표는 물론 전체 투표에서도 이겼을 것이라는 가정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 306명을 확보해 232명에 그친 클린턴 후보를 따돌리고 대선에서 승리했으나 전체 투표수에서는 클린턴 후보에게 약 287만 표가량 뒤졌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012년 퓨리서치센터의 결과를 들어 전체 등록 유권자의 13%가 부정확하거나 유효하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투표 사기 주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결과를 도출한 보고서의 저자는 유권자 등록 과정에서의 착오일 뿐 실제 투표로 이어진 투표 사기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퓨리서치센터의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2개 주에 등록된 유권자는 270만 명, 3개 주 이상에서 등록된 유권자는 7만 명에 달하고 이미 사망한 180만 명이 유권자 명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투표사기 수사 계획에 대해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깊은지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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