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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집트혁명 6주년 타흐리르광장…축제도 행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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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집트혁명 6주년 타흐리르광장…축제도 행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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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집트혁명 6주년 타흐리르광장…축제도 행사도 없었다

민주화 열기 사라지고 무장·사복경찰만 대거 배치

광장 중심엔 국기게양대 세워지고 이집트 국기만 휘날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집트 시민혁명이 발발한 지 정확히 6주년이 된 25일(현지시간) 정오께 기자가 찾은 카이로 도심의 타흐리르(해방) 광장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2011년 1월 25일 민주주의와 자유,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정권 붕괴를 요구한 시위가 이집트에서 처음 벌어져 '민주화의 성지'로 불린 곳이지만 그 별칭이 무색할 정도로 시민은 거의 보이지 않은 채 무장·사복경찰로 분주했다.

타흐리르 광장은 더는 각계각층이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드러낼 수도 없는, 시위나 집회를 할 수도 없는 장소로 바뀐 셈이다.

타흐리르 광장과 연결된 사다트 전철역은 이날 하루 폐쇄됐고 광장 한가운데는 3년여 전 설치된 거대한 국기 게양대가 우뚝 솟아 있었다.

게양대 주변엔 야자수 나무와 잔디가 심어져 있어 광장 중심부로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무전기를 들고 광장 주변을 끊임없이 서성이는 경찰들은 타흐리르 광장을 오가는 시민이나 관광객을 유심히 지켜봤다. 검은색 복장에 방탄조끼를 입은 경찰 20여명이 떼를 지어 이동하는 장면이 간혹 눈에 띄었다.

도로 위에서는 대략 3m 간격으로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배치돼 있었다. 삼엄하고 딱딱한 분위기를 완화하려는 의도에서인지 여경들도 여러 명 목격됐다.

타흐리르 광장 한쪽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아흐메드는 "오늘 광장의 주인공은 경찰들"이라며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경찰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6년 전 일반 시민의 민주화 열기는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이날 이곳에서는 혁명 발발 6주년을 기념하는 축제나 공식 행사도 열리지 않았다.

6년 전 시민혁명 당시 시위대와 군경이 가장 격렬하게 충돌했던 광장 한쪽의 '무함마드 마흐무드' 거리에서도 민주화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150여m 거리 구간의 벽에는 시민혁명 도중 숨진 청년을 기리는 낡은 벽화만 늘어서 있을 뿐 적막한 분위기였다.

이집트 기자들과 외국 취재진 10여명이 광장 주변에서 소규모의 친정부 집회라도 열리지 않을까 주변을 두리번거렸으나 경찰 이외 특정 단체나 무리는 안 보였다.

광장 주변에서 경찰관은 근접 촬영한 한 외신 기자는 사복경찰들에 둘러싸여 자신이 찍은 사진을 검열받는 듯 보였다.

소총을 멘 한 경찰관이 기자를 향해 손가락을 흔들며 '사진을 찍지 마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현장에서 마주친 중국 신화통신 특파원은 "작년에도 이곳에 왔었지만, 그때와 비교해 보면 오늘은 너무 조용한 편"이라며 "경찰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아무런 행사나 집회가 열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집트 경찰은 이날 친정부 집회 또는 반정부 집회나 시위를 원천 봉쇄한 듯 보였다.

간혹 소규모의 인원이나 개인이 광장 한쪽에서 큰 외침을 하는 경우가 1시간 동안 4~5차례 있었지만, 곧바로 경찰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사진을 든 중년의 남성과 여성 7~8명이 한 데 모여 이집트 3색 국기를 흔들며 '타히야 마스르'(이집트 만세)를 외치자 금세 경찰이 몰려와 이들을 해산했다.

'타히야 마스르' 구호는 군부 실세 출신의 엘시시 대통령이 대선 때 내세운 표어로, 이들이 친정부 성향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40대로 보이는 한 이집트 남성이 광장 주변의 한 보도에서 정부 체제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자 그도 곧바로 경찰에 연행됐다.

광장 주변을 서성이던 아흐메드 엘아드이(44)는 "오늘은 경찰을 축하해주러 이곳에 왔다"며 "경찰이 거리로 나오면서 치안이 좋아졌다. 경찰이 없으면 이집트는 시리아와 같은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장을 조금 벗어난 곳에서 만난 카이로 시민 이스마일은 "오늘 광장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은 모두 친정부 성향의 사람들"이라며 "그들 중 일부는 돈을 받고 정부와 군, 경찰을 지지하는 발언만 할 것"이라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또 다른 카이로 시민인 엘사이드는 "엘시시 대통령은 시위대가 정권을 무너뜨린 6년 전의 시민혁명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 정권은 친정부 집회이든 반정부 집회이든 국민이 모이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gogo21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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