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중산층은 늘어나고 있지만, 선진국선 빈곤층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선진국을 필두로 글로벌 중산층이 쪼그라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에서는 새로운 글로벌 중산층이 부상하고 있지만, 소득수준은 선진국의 빈곤선 아래에 있을 정도로 낮은 편이다. 한국의 중산층은 전체인구의 60%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하회했다.
29일 OECD에 따르면 회원국 내 중산층 규모는 평균적으로 전체인구의 약 3분의 2수준에 가깝다.
중산층의 규모는 1980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미국과 독일, 룩셈부르크에서 중산층의 규모는 2000년대 들어 5% 급감했다.
중산층은 가장 보편적으로는 중위소득의 75∼200%를 버는 소득계층으로 정의한다.
한국의 중산층은 최신통계 기준 전체인구의 60% 수준으로 OECD 평균을 소폭 하회한다.
OECD 회원국 내 중산층의 구성과 특성은 세월이 지나면서 변화했다. 오늘날 중산층은 1980년대에 비해 더 나이가 많고 교육수준이 높아졌다. 독신 가구나 아이가 없는 부부는 3∼4인 가구나 아이가 딸린 편부모에 비해 중산층에 편입될 확률이 높아졌다.
중산층이 쪼그라드는 배경에는 기술과 벌이 측면에서 일자리 양극화가 있다.
많은 반숙련 기술을 요구하는 판에 박힌 일자리는 신기술로 대체됐다. 신기술로 인해 새로 생긴 일자리들은 기술과 벌이 측면에서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간 수준의 기술로 중간 수준의 벌이를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사라졌지만, 비정규적인 저숙련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늘어난 것이다.
향후에도 자동화와 디지털화로 중상위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OECD는 내다봤다.
OECD 회원국 내 인구의 평균 70%는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한다. 대부분 유럽국가와 터키와 이탈리아 등은 소득 대비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큰 반면, 캐나다나 포르투갈, 영국은 소득 대비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작았다.
스스로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이들의 비중은 최근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미국과 캐나다에서 이 비중은 3분의 2 수준에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향후 노동시장이나 경제전망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직업도 위태롭고, 소득도 들쑥날쑥해졌기 때문이라고 OECD는 분석했다.
중산층은 규모뿐만 아니라 소득도 줄어들고 있다.
OECD 회원국 평균적으로 1980년대 중산층의 총소득은 상위층 총소득의 6배였지만, 1990년대에는 5배, 2000년대는 4배로 감소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 30년간 중산층이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1%포인트 감소한 반면, 상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75%포인트 증가했다.
신흥국에서는 새로운 글로벌 중산층이 부상하고 있다. 신흥국 중산층 규모는 전체인구 중 2분의 1 내지 3분의 1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소득수준은 선진국의 빈곤선 아래에 있을 정도로 낮다.
OECD는 "중산층은 보건이나 교육정책, 민주적 참여와 지배구조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중산층이 줄어들면 정치적 불안정과 공공정책 효과가 저하될 우려가 크다"면서 "의료, 교육, 주거, 보육, 환경과 안전, 인터넷 기반을 지원하는 제도적 역량을 높여 중산층의 생활 수준과 금융 안정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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