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심장엔 나쁘고 뇌엔 좋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지방의 일종인 콜레스테롤은 심장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이 뇌 건강에는 절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슬린 당뇨병센터(Joslin Diabetes Center)의 히서 페리스 박사는 뇌에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학습, 기억 등 중요한 뇌 기능이 손상된다는 쥐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23일 보도했다.
쥐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SREBP2)를 녹아웃(탈락)시켜 콜레스테롤 생산을 억제하자 뇌가 크게 위축되면서 학습과 기억 기능이 떨어지고 둥지 짓기 같은 익숙한 일을 하지 못하는 등 알츠하이머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냈다고 박사는 밝혔다.
이 쥐들은 또 다른 쥐들에 비해 섭취한 탄수화물이 더 많이 연소되고 체중도 덜 늘어나는 등 대사 메커니즘의 변화를 나타냈다.
이는 뇌가 신경세포의 성장과 기능 유지를 위해 많은 콜레스테롤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페리스 박사는 설명했다.
뇌에 필요한 콜레스테롤의 대부분은 뇌의 신경세포를 돕는 지지세포(support cell)인 성상세포(astrocyte)가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은 해로운 물질의 유입을 차단하는 뇌의 검문소인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뇌의 콜레스테롤 대사는 신체의 다른 부위와는 사뭇 다르다고 페리스 박사는 밝혔다.
그에 따르면 당뇨병은 뇌의 콜레스테롤 생산을 감소시킬 수 있다. 당뇨병 환자가 치매에 걸리기 쉬운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치매 환자의 뇌에서 콜레스테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연구해오고 있다.
그 이유는 콜레스테롤의 운반을 돕는 물질을 만드는 유전자(APOE) 변이가 치매의 가장 강력한 위험요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변이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치매 발생 위험이 15배나 높다.
당뇨병과 치매가 어떻게 연관되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콜레스테롤이 그 매개체일 수 있다고 페리스 박사는 지적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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