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원심 판결 깨고 원고 청구 기각…"기관장 직무수행에 지장"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근무시간 회의실에서 예배를 하고, 인사 전횡과 직무 태만 등의 이유로 해임된 전직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장이 억울하다며 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지만 항소심에서는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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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축산물인증원장으로 취임한 조모(63)씨는 2년여 만에 이사회 요청에 따라 해임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축산물인증원은 해썹(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등을 심사하고 인증해 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당시 축산물인증원 이사회가 식약처에 요청한 조 전 원장의 해임 제안서에 따르면 그는 2012년 12월 14일 오후 1시께 근무시간임에도 회의실에서 직원들과 예배를 했다. 또 소속 직원들에게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나올 것을 종용했다.
이게 사실이면 국가공무원법상 종교 중립의 의무 위반이 된다.
이사회는 조 전 원장이 조사·평가 결과를 지연 보고하고, 무자격자가 HACCP 인증 심사에 참여하도록 해 축산물 위생관리법 및 인증원 인사 규정도 위반했다고 봤다.
또 직원 채용·임용 절차 부적정, 직종 전환 시험·채용 부적정, 전보 인사 사전 미공개 및 전보 기준 위반, 감사부서 직원 자격 위반 등 각종 인사에서 전횡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노조 탈퇴를 거부한 직원들을 집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월급을 깎는 등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도 받았다.
결국 2014년 12월 해임 처분이 내려지자 조 전 원장은 이듬해 3월 식약처장을 상대로 해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법정에서 "교회 방문은 축산물인증원 홍보를 위한 것이었고, 근무시간에 직원들을 강요해 예배를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한 뒤 "(나와 관련한)감사 결과에 대한 재심의 기회도 얻지 못했다"며 "해임처분은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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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법원은 조 전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무시간 예배를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강요나 평소 직원들에게 교회에 나올 것을 종용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런 사실만으로는 종교 중립의 의무를 위반해 해임처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사회가 지적한 상당 부분은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며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이 사건 처분은 공익적 목적보다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너무 커서 징계권자에 맡겨진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재판장 신귀섭 청주지법원장)는 24일 이 소송의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조 전 원장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의 행동을 종교 중립의 의무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기관장의 '충실 의무' 규정을 담은 공공기관운영법에 저촉돼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1심 판결과 달리 조 전 원장에 대한 해임 요청 사유 중 상당 부분이 인정된다면서 "인사 전횡 등 위반 정도가 중한 것도 여럿 있어 기관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고, 해임처분으로 얻게 될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판결은 조 전 원장이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 내로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된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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