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특혜' 수사 막바지…이화여대는 여전히 '혼돈'
관련자 줄줄이 구속…새 총장 선출 방식 놓고도 내부 갈등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박경준 기자 = 22일 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대 입학·학사 특혜 비리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해 본관 점거 사태를 시작으로 정씨 특혜 수사에 이르기까지 논란과 의혹의 중심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던 이대 캠퍼스는 여전히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대사태는 지난해 7월28일 학생들이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철회를 요구하는 관 점거농성에 들어가며 시작됐다.
점거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이 교수와 교직원을 본관에서 나가지 못하게 막았고, 이 때문에 최 전 총장이 요청한 경찰력이 투입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최 전 총장이 계획 철회를 밝혔지만, 학생들은 그가 여러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방통행적 태도로 일관해 신뢰를 잃었다며 사퇴를 요구하는 농성을 지속했다.
장기화하며 동력을 잃어가는 것 같았던 농성은 '비선 실세' 최씨를 향한 의혹이 이 대학으로까지 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씨가 이 대학에 부정 입학했으며 학사관리에서도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에 교수협의회를 중심으로 교수들까지 들고일어나 학내에서 시위를 벌였고, 결국 최 전 총장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학생들이 90여일만에 농성을 풀었으나 이번에는 검찰과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특검 수사에서 정씨를 둘러싼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베스트셀러 역사추리소설의 저자 류철균(51·필명 이인화) 교수를 시작으로 남궁곤(56) 전 입학처장, 김경숙(62)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이인성(54) 의류산업학과 교수 등이 차례로 수감자 신세가 됐다.
이어 특검은 정씨 특혜 비리의 꼭짓점으로 최 전 총장을 지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세계 최고의 명문 여대를 자처하는 이 대학 총장이 정씨에 대한 입시 및 학사특혜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의혹이 불거진 초기 최 전 총장의 사임을 주장한 교수들 사이에서도 실제 그가 비리에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 갈렸다. 최 전 총장이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학교에 큰 해를 끼쳤다고 비판한 교수 중 상당수가 최 전 총장이 정씨 입시비리의 본체라고까지는 예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이대 분위기는 한마디로 '유구무언'이다. 취재진의 물음에도 이대 본부 관계자들과 교수들은 좀처럼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이대 사태는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혼란을 수습하고 상처를 치유해야 할 총장 자리부터 3개월째 공석이기 때문이다.
이대 법인 이사회는 16일 회의에서 차기 총장을 직선제로 뽑기로 하고 투표 반영 비율을 100(교수):12(직원):6(학생):3(동문)으로 정했다.
득표 순위 1, 2위 후보를 순위 구분 없이 재단에 추천해 이사회가 임명권을 행사하게 한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를 두고 교수와 학생 모두 반발하고 있어 이사회 목표대로 2월에 새 총장을 뽑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교수평의회는 성명을 내고 차상위 득표자가 총장으로 낙점되거나 투표권자 중첩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동문의 투표권 행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규정 개정을 촉구했다.
1(교수):1(직원):1(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을 주장해 온 총학생회는 학생의 반영 비율을 소폭 높인 이사회의 안을 '달래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각 구성원 집단의 의사를 공정하게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기존 체제대로 학교 운영을 완전히 주도하기를 원하는 이사회와 자신들의 목소리가 행정에 더 많이 반영되기를 원하는 교수·학생들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교수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침울한 분위기인 것 같다"며 "후속 대책을 얘기해보려 해도 뾰족한 수가 없으니 더 답답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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