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해저터널 통해 탱크 유럽 본토 이동 훈련 실시
트럼프 취임 이틀 전… 유럽 본토 화력 급파 능력 측정
나토 회원국, "나토는 쓸모없는 존재" 트럼프 발언에 불안 고조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영국이 영국해협 해저터널을 통한 탱크의 유럽 대륙 동원 능력을 평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NBC 방송, 더 힐 등 미언론에 따르면 영국군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심야에 5대의 '챌린저 2' 탱크를 30마일(48.2㎞) 길이의 영국해협 해저터널을 통과하는 열차에 실어 유럽 본토로 보내는 훈련을 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러시아 간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치러진 이 훈련은 동유럽 등 무력 충돌 가능성이 큰 유럽 본토 지역에 지원 화력을 급파하는 데 영국해협의 해저터널이 효과적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언론은 풀이했다.
이 훈련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불과 이틀 전에 실시됐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영국군은 이 훈련이 1년 전에 계획된 것으로 트럼프 취임과는 우연의 일치라고 확대해석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번 훈련에서 평가한 것처럼 동유럽 전선으로의 병력및 화력 급파 능력은 미국의 유럽 동맹들이 러시아의 위협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NBC는 분석했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유럽 방어에 든든한 뒷배라고 인식해온 나토 회원국들로서는 트럼프가 러시아에 '구애'를 하면서 나토를 "쓸모없는 존재"(obsolete)라고 부르는 상황에 부닥쳤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이 발언이 유럽 전역에 걸쳐 "충격"과 "동요"를 초래했다면서, 나토 회원국들은 이제 미국에 더는 의존할 수 없는 미래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조제프 브라믈 독일 외교협의회 연구원은 "트럼프가 유럽의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말을 유럽이 믿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거래를 통해 유럽 주둔 미군 탱크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토에 대한 트럼프의 이런 발언은 대선 유세 기간 나토의 특정 회원국에 대한 공격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나토의 핵심 원칙을 더는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미 외교 정책 전문가인 알렉산더 라노츠카 런던시티대학 교수는 "트럼프의 이런 발언으로 사람들이 혼란을 느끼게 됐다"며 "특히 트럼프의 이런 발언으로 더욱 뻔뻔스러워진 러시아에 대한 유럽인들의 우려도 더욱 본격화했다"고 강조했다.
키어 가일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 하우스) 연구원도 "트럼프 거의 모든 발언은 나토 회원국의 관심사가 됐다"며, 회원국 간의 충격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나토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은 다른 발언처럼 모순덩어리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트럼프는 나토를 "쓸모없는 존재"라고 깎아내렸지만, "개인적으로 나토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트럼프는 나토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렉스 틸러슨과 제임스 매티스를 각각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으로 내정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에 대한 지원을 줄인다면 이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완전히 뒤집는 셈이 된다. 오바마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인 2천700여 명의 미군 병력과 탱크 등 중화기를 최근 폴란드에 증파했다.
또 300여 명의 미 해병대원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외국군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달 초 노르웨이에 6개월 기한으로 배치됐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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