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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가장' 산업기능요원의 안타까운 산재 사고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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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가장' 산업기능요원의 안타까운 산재 사고 사망

2t 기계에 깔려…형 대학 보내고 자신은 진학 포기 가계 도와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엔지니어가 꿈이라던 20세 청년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어머니 품에 안겼다.




2015년 말부터 창원의 한 공장에 근무하던 김모(20)씨는 병역특례로 복무하던 산업기능요원이었다.

약 7년 전 사고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그는 이후 어머니, 형과 함께 살았다.

그 날 아버지 사고 기억 때문이었을까. 주변 사람들이 기억하는 김 씨는 '말이 없는 아이'였다.

친척들과 한자리에 모여도 10시간 넘게 한마디 없이 조용히 자리만 지켰다고 한다.

그러나 큰 시련을 겪은 만큼 속이 깊고 철도 제 또래보다 일찍 든 편이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등진 뒤 가장 역할을 도맡은 어머니 부담을 줄이고자 스스로 기계공업고등학교로 진학했다.

학교생활도 성실하게 마쳤다. 친구들과 어울려 엇나가거나 해서 말썽을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김 씨는 대학에 들어간 형에 이어 자신까지 공부를 계속 하겠다고 나서 가계에 부담을 주기 싫었다고 한다.

하루라도 빨리 기술을 배우고 생활 전선에 나서 어머니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었다.

군 복무 대신 산업기능요원을 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딴 자격증을 활용해 산업기능요원이 되면 매월 170만원을 집에 가져다주면서 군 복무도 마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온 '어린 가장'은 지난 19일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지게차로 2t짜리 프레스 기계를 옮기던 중 기계가 흔들리며 떨어지려고 하자 이를 막으려다 변을 당한 것이다.

가족들은 "평생 요령 없이 성실하게만 살아온 터라 그날도 미련할 정도로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눈물지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7분께 그는 자신이 일하는 공장에서 입사 동기 이모(20)씨와 함께 지게차 양쪽에서 기계를 붙들고 이동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공장 바닥이 울퉁불퉁해 지게차가 흔들리자 기계가 앞으로 쏠려 떨어졌다.

순간 김 씨와 이 씨는 기계가 땅으로 떨어지지 않게 막으려고 지게차 앞으로 뛰어가 손으로 기계를 잡으려 했다.

20대 청년 두 명이 달라붙었다 하더라도 2t짜리 기계의 하중을 견뎌낼 수는 없었다.

기계에 깔린 김 씨는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 씨는 중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산업기능요원이 산업재해로 사망한 것은 2014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었다.

김 씨가 다니던 회사는 "그의 죽음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현재 사고 수습에 매진하느라 사고에 대해 언급할 여력이 없다"며 "사태가 진정된 뒤 제대로 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제대로 고정하지 않은 기계를 지게차로 운반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지게차 운전자 A(60)씨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home12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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