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우리의 과제
(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가 20일(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 마침내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군과 공직 경험이 없는 미국 정치의 '아웃사이더'였다. 대선 기간 숱한 기행과 구설로 파란과 화제를 낳았지만 결국에는 미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익을 철저히 앞세우는 '트럼프 시대'를 열었다. 트럼프가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밝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비전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려 있다. 미국이 전후 70년 간 동맹과 자유무역을 두 축으로 구축해온 세계질서의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한 변화를 점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 안팎에서는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취임 전부터 화합 보다는 분열의 양상이 두드러진 것 같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에 따른 정통성 시비가 일면서 의원 60여 명이 취임식을 보이콧했고 수십만 명의 '반(反) 트럼프' 시위대가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DC로 몰려 트럼프 지지자들과 충돌했다고 한다. 지구촌은 트럼프 시대에 통상과 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급격한 정책 변화를 우려한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무용론을 제기하며 유럽연합(EU) 흔들기에 나섰다. 아울러 러시아를 끌어들여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중국을 압박하는 등 국제질서의 재편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중국과의 대결 구도가 벌써 선명해졌다. 트럼프 정부의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자는 18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을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국가"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공정한 무역을 위해, 우리 기준에 부합하는 나라들에는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겠지만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가혹한 징벌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G2 통상전쟁'을 선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트럼프는 미·중 관계의 오랜 토대인 '하나의 중국' 원칙까지 협상용으로 내걸었다. 미국의 대만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안타깝게도 미국과 중국 간 대결 구도는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당장 양국의 무역 충돌이 격화돼 중국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 한국의 중국 수출도 악영향을 받는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에도 양국 간 격돌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측이 대북 제재에 미온적이라며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연초부터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카드를 꺼냈다. 이에 미국은 즉각 ICBM 요격 태세에 돌입했다. '힘의 외교'를 주창하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대북 선제타격론까지 공개 언급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정세의 불확실성도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시대를 맞아 우리에겐 만만한 과제가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앞으로 격화될 미·중 경쟁 속에 한미동맹을 견고히 하면서도 대중 협력관계를 관리하는 고난도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한층 더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유연한 대응 전략으로 미중 사이에서 우리의 선택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예컨대 트럼프 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한미동맹 재조정'을 요구할 경우 내밀 수 있는 카드를 미래 생각해봐야 한다. 문제는 대통령 탄핵사태로 국가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확고한 원칙 하에 모두가 비상한 각오로 '트럼프 쇼크'에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교수는 18일 대한상의 강연에서 "북한 위기로 트럼프가 전화기를 들었을 때 지금 한국에는 전화를 받을 상대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는 그의 이런 지적은 안정적인 국가리더십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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